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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술자리에서 사진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인도는 정말 사진 찍기 좋은 나라"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인도인들이 초상 사진에 무척 관대하고 또 사진 찍히는 걸 좋아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며, 사진 찍힐 때마다 돈을 요구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며, 무례하게 현지 관습을 무시하며 사진을 찍었을 땐 된통 혼쭐이 날 수도 있긴 하지만 정말 사진가로서 어떤 곳보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인도일 것입니다. 게다가 따로 분장이나 연출을 안 해도 "인도 간지"가 줄줄 흘러넘치는 모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으니 현지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사진의 천국일 수밖에요. 그렇다 보니 사진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도여행에 가면 "꼭 멋진 인물사진을 찍어오리라" 다짐하며 여행을 떠나고, 실제 여행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내셔널지오그래픽" 분위기 나는 인물사진을 찍어오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찍어온 사진은 사진을 찍은 개인에게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는 커다란 감흥을 안겨주기도 하고, 운이 좋다면 돈과 명성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대중들에게도 여전히 미지의 나라인 인도의 모습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해주는 '인도 알리기'의 첨병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인도가 사진 찍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진솔하게 인도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냐?"라는 과제는 역시나 어렵습니다. 또한 극히 일부분의 모습만 담아 와선 "이것이 인도다"라며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쉽고요. 장님이 코끼리 꼬리를 만지고 나서는 "코끼리는 커다란 붓처럼 생겼다"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셈이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과제! 비단 인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 "관찰자"의 입장을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입니다. 사실 우리가 무척 감명 깊게 본 내셔널지오그래픽 작가들의 사진 이면에는 그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쏟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담겨있습니다. 가수 비가 나온 모 카메라 광고를 보면 "72시간을 기다렸더니 사슴이 사진가를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좀 과장된 감은 있지만 진솔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관찰자의 입장을 벗어던지는 것은 참 중요한 명제입니다. 사슴과 인도인들은 전혀 다른 존재지만 인도에서 사진 찍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사진을 찍어서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사진, 그리고 진솔한 사진을 남기기란 힘든 노릇이겠지요.
저 역시 인도여행에서 수없이 많은 인도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는데 과연 그 중에 몇 장이나 그렇게 진솔한 사진이 있나 따져보면, 사실 맘에 드는 사진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혼자서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다녔던 두 번째 여행에서의 사진이, 그야말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다니며 찍었던 첫 번째 여행에서의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겠지만 여전히 진정한 진솔함은 모자란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수십 번이고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 "과연 나는 인도에서 찍히는 사람을 위해 사진을 찍었나, 아니면 그 사진을 구경하는 다수를 위해 사진을 찍었나?"라는 질문에서 솔직히 당당하게 '전자'였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 입장이지요.(물론 후자의 동기도 중요하긴 합니다.)
어쨌거나 인도인들은 정말이지 사진 찍히기를 즐깁니다.(사진 찍는 것도 물론이구요.) 사진을 찍히는 게 돈벌이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세상에 그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모델이 되어주는 사람들을 본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모바일 프린터로 출력을 하든, 아님 카메라의 액정으로든 자신이 나온 사진을 보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고작 사진 한 장 찍어줬을 뿐인데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을 전달받을 수 있는 경험이란 정말 짜릿한 거죠. 이토록 "세계 최고의 베스트 모델"들이 수없이 많은 인도이기에 수많은 사진가들이 인도를 '사진의 천국'으로 꼽는 것이겠지요. 이런 베스트 모델들을 사진가로서의 알량한 공명심과 조급함만 버리고 찍는다면, 그리고 관찰자가 아니라 '친구'로서 그들에게 다가가서 사진을 찍는다면 보다 더 '마음을 울리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인도를 세번 갔지만 아직도 진솔하게 다가서기에는 많은 모자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또 인도에 가게 되겠지만, 여행을 갈 때마다 이전의 여행보다 더 진솔하게 사진을 찍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더 진솔하게 인도인들과 또 부대껴야지요. 그런 다짐과 함께 작년 11월 두 번째 인도여행에서 그나마 찍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 순간을 순수하게 함께 즐기면서 찍은 인물사진들을 소개해 봅니다. 기교적으로는 별로 볼 게 없는 사진들이지만 저에게는 인도여행의 추억을 떠올려주는, 그리고 또 앞으로의 인도여행을 기다리게 해줄 '보석'과도 같은 사진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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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어디서나 쉽게 마주치는 사두(수행자들).
소위 '인도 간지'가 줄줄 흐르는 외모를 가졌지만 90% 이상은 사진을 찍었을 때 돈을 요구한다.
사진 속의 사두들은 푸쉬카르의 한 가트에서 만났는데, 돈 요구 없이 흔쾌히 촬영 요청에 응해주더라.
설령 돈을 지불하고 사진을 찍을 지언정 윗사진의 사두들은 꽤 멋진 모델들이다.
하지만 인도 길거리의 진정한 베스트 모델들은 고행자도 거지도 아니요, 바로 우리네와 같은 일반인들.
낙타 축제가 한창인 푸쉬카르 시장 거리 풍경을 사진을 찍으며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툭툭 치더라.
하얀 옷에 주황색 터번을 두른 한 무리의 아저씨 한분이 자기네들 단체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
인도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있으면 먼저 촬영요청을 당하곤(?) 한다.
위의 단체사진을 찍어드린 다음부터 이어지는 사진 요청 러쉬!!!
길 가던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사진 찍는 주위에 모여들어 구경을 하고 자기네들끼리 순번을 정해 대기한다.
사실 아무 연고도 없는 타국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단체사진을 찍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졸지에 푸쉬카르의 임시 단체촬영 사진가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열명이 넘는 대규모 단체사진도 찍어준다.
사진을 찍다 보면 분명 일행도 아닌데 스리슬쩍 끼어들어 한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이 자리에서만 대략 10무리 정도의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사실 이들에게 일일이 사진을 보내주는 건 불가능하고,
끽해야 카메라 액정을 통해 찍힌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진을 받지, 아니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을 못하더라도 사진 찍히는 행위 자체가 그들에게는 즐거움이다.
보통의 여행이라면 사진사가 먼저 찍고 싶은 인물에게 "촬영을 해도 되겠냐" 허락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도에서는 반대로 "우리 좀 찍어줄 수 있느냐?" "나 좀 찍어줄 수 있느냐?"란 낯선 이들의 부탁을 허다하게 받는다.
물론 거절할 리가 없는 즐거운 경험이기에 흔쾌히 승낙하고, 영어가 통하는 이들이라면 사진을 받을 수 있는 주소를 물어본다.
"정말이냐?"며 주소를 정성껏 적어주는 이들도 간간히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찍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단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외국인에게 사진 찍히는 행위 자체가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런 경험은 시골이나 지방 도시 뿐 아니라 뉴델리 같은 대도시에서도 빈번히 경험할 수 있다.
사진은 해질무렵 뉴델리의 한 이름모를 사원을 어슬렁거리다 만난 가족들.
대도시에 살지만 꼬맹이들에게 나같은 외국인은 커다란 호기심의 대상이다.
수줍게 아빠 바짓가랭이를 잡고 다가와서 초롱거리는 눈으로 사진 찍어달란 호소를 할 때
어찌 최선을 다해 사진을 안 찍을 수 있으랴!^^
인도에서의 인물 촬영에서 조심해야 할 때는 여성을 촬영할 때다.
"인도인들은 초상권에 무심하니 여성들도 그냥 허락없이 찍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도촬'을 하다간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인도는 여전히 보수적이라 인도 여성이 외간 남자에게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예외는 있는 법! 조드푸르라는 도시의 아침 시장 풍경을 사진을 찍으며 걷고 있는데
멀리서 위 사진 속 중앙의 처자가 수줍게 다가와 내 사진기를 가리키며 자기와 일행들 사진을 찍어달란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처자였지만 그 정도 의사소통은 제스처와 느낌만으로도 문제가 없다.
수줍은 듯 바싹 얼어있는 처자에게 "활짝 웃으세요!"라며 손짓발짓몸짓으로 온갖 제스처를 다 했더니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사진에서처럼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도에서 수많은 인물 사진을 찍었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아름다운 미소를 담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여줬더니 '깔깔깔' 웃으며 정말로 좋아한다.
이럴 때 휴대용 프린터라도 있어 현장에서 곧바로 사진을 뽑아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쨌거나 낯선 사람들 단체사진 찍기는 인도여행의 일정에서 쭈욱~ 계속된다.
저녁을 먹으러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식당에 들르면 금새 친해져서 이렇게 단체 사진을 찍는 경우가 허다하고.
오토릭샤(오토바이 택시)를 타다 보면 처음 만난 릭샤왈라들 사진에서처럼 단체 사진 찍는 일도 그리 드문 경험이 아니다.
어떤 도시건 유적지를 보고 내려오는 길, 동네 어귀에서 우루루 달려드는 아이들 단체사진도 찍어주고.
(사진 속 중앙의 친구는 아뷔섹이란 소년인데 사진을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양손이 의수다.
어릴 때 감전사고를 당해 두손을 잃었다는데 너무나 천진한 모습에 마음이 무지 아팠다.
그런 그에게 그 자리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정성껏 사진을 찍어주는 일. 그리고 그 사진을 보여주는 일.)
껄렁껄렁하지만 싫지만은 않은 부랑아들(?) 단체사진도 자주 찍어준다.
인도 남자애들은 사춘기가 지나면 유독 건들건들해지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밉지많은 않다.
하지만 서쪽 끝도시 자이살메르에서 만난 이 녀석들은 나에게 자꾸 담배를 달라기에
"너네 나이에 담배 피면 뼈썩는다"라며 나름 훈계를 했건만... 사실 아무 소용이 없는 짓이다.-ㅅ-;
개인적으로 인도에서 찍은 '낯선 사람들' 사진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사진은 조드뿌르의 한 골목에서 만난 이 분들 사진인데...
(사진 찍어달라 해놓고선 딴청 피우시는 오른쪽 아저씨...ㅋㅋㅋ)
나 또래 혹은 나보다 훨씬 연배가 높을 수도 있는 아저씨들이지만 어찌나 눈빛이 깨끗하고 맑은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ㅅ+
이 아저씨는 딱 보는 순간 느끼셨을지 모르지만 영화 <너는 내운명>에서의 황정민이랑 똑 닮으셨다.
전형적인 북부 인도미남형인 이 아저씨는 눈빛에 그냥 빠져든다!!!+ㅅ+
어쩜 이렇게 초롱거리는 눈빛을 아직 간직할 수 있는지...
사진기를 들고 다니다 보면 운이 좋을 때 인도 서민들의 일상 생활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른 아침, 조드푸르의 한 서민마을 골목을 걷고 있는데 휘파람을 불며 날보며 자기 사진을 찍어달란 소녀.
이 친구를 찍고 나선,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며 나와본 그녀의 언니와 어머니도 함께 찍어드렸다.
사진을 보여줬더니 활짝 웃으며 손을 잡고 집안으로 나를 이끄는 가족들.
말은 안 통하지만 흐뭇한 기분과 함께 따뜻한 짜이 한잔 대접받고 나오는 기분은 정말 최고다.
이렇게 강렬하고도 당당한 표정을 찍을 수 있었던 건 정말이지 행운이다.^^
이 가족 사진도 마찬가지!
사진기를 들고 골목골목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내 곁을 부끄러워하며 맴돌던 사진 속의 소녀.
마침 문밖으로 나온 아버지 옆으로 쪼르르 뛰어가더니 아버지 옆에서 나에게 사진 찍어달란 신호를 보낸다.
수줍게 포즈를 취한 소녀의 엄마와 함께 가족 사진 찰칵!!!
같은 마을에서 찍은 한 어린 형제의 모습.
형 되는 녀석이 어찌나 동생을 챙기는지, 독사진 찍어주려 했더니 한사코 동생이랑 함께 찍어야 한단다.^^;;
어쨌거나 이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 다음 인도 여행에서 사진을 크게 현상해 가져가
마을을 수소문해 찾아간 다음 사진 속 가족들에게는 다 사진을 전달해 주었다.
인도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사진 찍기는 도시에서 도시를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쭈욱 계속된다.
우다이푸르에서 조드푸르로 가는 버스 안. 7시간의 시간 동안 수없이 정차하며
사람들을 내렸다 태웠다 하는 버스 안에 외국인이라고는 나밖에 없다.+ㅅ+
잠시 휴게소(?)에 섰을 때 바로 옆자리 주변에 앉아있던 한 가족이 사진을 찍어달란다.
정말 시골 처자들이라 사진 찍는 순간 완전히 '얼음땡'이 되어버렸다. 중앙의 아기만 방글방글^^;;
아기랑 애 엄마 사진도 한컷!!!
말도 안 통하는 스쳐가는 인연이지만... 이럴 때 정말 사진을 크게 뽑아서 주고픈 맘이 간절하다~ㅠ.ㅠ
아까 아기의 할아버지로 보이는 노인 분의 사진도 한컷 찰칵!
휴게소에서 담배를 피시기에 한국 담배를 하나 권해 드렸더니 달게 피신다.
감히 맞담배를 피는 순간 맺어지는 사나이 담배 우정! 담배 한개피의 힘은 말이 안 통해도 국경을 초월한다.
휴게소에서 차가 출발한 뒤 얼마지 않아 할아버지와 위의 가족들이 한 시골마을에 내렸는데,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모아 인사를 드렸더니, 정성껏 손을 모아 나에게도 인사를 해주시고 손을 흔든다.
아무리 짧게 스쳐가는 인연이라도 이럴 땐 감상적이 될 수밖에 없다...ㅠ.ㅠ
인도에서는 정말이지 누구나 '베스트 모델'이다.
사진 속에서 위풍당당하게 포즈를 잡고 계시는 아저씨는 우다이푸르의 왕궁이자 박물관인 시티팰리스를 지키시는 경비원.
길을 물어봤는데 친절히 답변해주시기에 촬영 요청을 했더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 주신다.
만면에 웃음을 띄며 멋지게 촬영에 임하는 아저씨.
사진을 찍은 뒤 내가 만족하는 표정을 보였는지, 기분이 들뜬 아저씨.
"정말 멋진 무스타치맨을 알고 있다"며 나를 어디론가 이끈다.
경비원 아저씨가 데리고 간 곳은 정말 멋진 수염아저씨가 계신 박물관 매표소 입구.
"우다이푸르 최고의 콧수염"이라며 꼭 사진을 찍어보란다.^ㅅ^
이렇게 알아서 사진 협조를 잘 해주는 사람들은 이제껏 본 적이 없다.
나중에 길거리에서 만난 친구지만, 이 친구 역시 윗분에 필적하는 수염을 갖고 있다.
나이를 물어봤더니 나... 나랑 비슷한 또래+ㅅ+;;
갑자기 그의 수염이 부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부럽지 않은 순간이었다.^^;
인도여행에서 특히 젊은 여성분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젊은 인도 남자들의 유달리 끈적한 관심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도다 보니 아무 이유 없는 호의나 관심은 사실 경계해야 마땅하다.
비단 여자가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일지언데... 나야 뭐 나름 닳고 닳은 여행자.
껄렁껄렁하게 외지의 여행자에게 농을 거는 우다이푸르의 젊은 친구들도 나에게는 꽤 괜찮은 말동무들이 된다.
그렇게 동네 젊은이들이랑 농담 따먹기를 하며 친해졌더니 그중 유독 한 친구가 더 친한 척을 한다.
급기야 그 친구랑 통성명을 하고, 이래저래 친해져버렸다. 이런 경험은 그닥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는데
정말 마음으로 그 친구가 믿을만하다고 느껴지면 친해져도 손해볼 건 없지만...
처음 보는 인도 젊은 친구들과의 응대는 언제나 심사숙고!!
처음 보는 인도인들의 관심에 대응하는 건 개인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쨌거나 사진 오른쪽의 '라훌'이란 친구와 친해진 덕분에 지금 현재까지도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데
이 친구 덕분에 우다이푸르에선 참 재밌고 유쾌하고 따뜻한 경험을 많이 했더랬다.
사진 속의 멋진 콧수염 아저씨는 라훌의 친한 동네형인 카레집 사장님.
각종 카레 향신료를 파는데 인도 전통 요리 강습도 해준다.
라훌이란 친구는 시골 출신으로 나름 도시인 우다이푸르에서 낮에는 학교를 다니고
밤에는 박물관 경비를 서며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고 있는 공학도.
이 친구 덕분에 일주일 가량 우다이푸르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는데 헤어질 즈음에는 곧 결혼할 여자친구도 소개시켜 주더라.
우다이푸르의 경치좋은 한 휴양지 레스토랑에서 만나, 사진 속에서는 환히 웃고 있는 여자친구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라자스탄 지방에서 외간남자인 내가 라훌의 여자친구인 '푸남'을 만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는
나중에 한번 따로 이야기할만큼 구구절절하다.^^;;
라훌은 지방 시골 출신이다보니 우다이푸르에서는 자취를 하고 있다.
조그만 단칸방 하나를 빌려 살고 있는데 자신의 집에 나를 초대해줬다지.
라훌이 살고 있는 집의 주인장 가족은 꽤 큰 대가족으로서 삼대가 함께 살고 있는데 가족 규모가 꽤 된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라훌이란 친구 덕분에 황송하게도 인도인들이 사는 집 구경도 해보고 이렇게 단체사진도 찍어주고.
특히나 이 집에 사는 꼬마들이랑 '완전' 친해져버렸다.^^
자기들이랑 완전히 틀리게 생긴 눈 작고 노란 극동아시아의 한 아저씨가 무척 신기해보였으리라.
하지만 사진 찍고 짧은 영어로 서로 놀다보니 금새 친해져서,
며칠동안 이 골목을 들락거리며 어린 친구들에게 '묵찌빠' 게임도 가르쳐주며 인도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라지.
정말이지 이 꼬맹이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엽고 순수하다.
사진 속의 모습은 한밤중 슈퍼히어로 놀이하는 중 ㅋㅋㅋ
이 골목의 꼬마들과의 인연은 다음 여행에도 계속되어 이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준비해
가장 최근의 여행에서 한아름 안겨주었다. 꼭 인생의 삼촌이 된 듯한 기분^^
뿌뻰드라, 꾸띠, 짜그라와티, 산티 등등... 항상 선연히 기억에 남아있는 아이들의 이름.
또 다시 만나게 될 순간이 언제나 기다려진다.^^
아이들과의 인연도 소중하지만, 또다시 인도를 가면 그 자리에 가면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기억도 중요하다.
사진 속의 친구들은 조드푸르에서 유명한 오믈렛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들.
인도 100배 가이드북이나 론리플래닛에도 소개된 가게라 문전성시를 이루는 가게인데, 여전히 친절하고 순수한 사람들.
인도를 여행하게 되면 가장 많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 바로 인도의 택시 격인 릭샤를 모는 릭샤왈라들일 거라.
하지만 이동수단이다보니 그들과는 정말 스쳐지나가는 인연일 따름.
그렇긴 하지만 때때로 일부 도시에서는 우연히든, 의도적이든 전속기사 역할을 해주는 릭샤왈라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우다이푸르에서의 내 전속 릭샤왈라는 사진 속의 팜나 아저씨.
우다이푸르 기차역에 도착한 나를 숙소에 데려다 준게 인연이 되어 우다이푸르에서 나의 발이 되어주었더랬다.
사진 속의 모습은 무뚝뚝하고 험상궂어보이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하고, 그러다 보니 이문을 잘 모르던 사람.^^
팜나 아저씨랑 어느 날 우다이푸르에서 선셋 포인트로 이름이 높은 몬순 팰리스란 곳을 올라갔었더랬는데,
여기는 워낙에 조경이 아름다운 곳이라 보통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 이름높은 곳.
죄다 커플들이 있는 사이에서 30대와 40대 남자 둘이서 그냥 있기엔 뻘쭘해 예쁜 꽃을 배경으로 서로 기념사진도 찍었더랬다.
팜나에게 이 사진을 크게 현상해서 '수줍게' 건네 주기도 했다^^;;
이 아저씨는 우리나라 배낭여행객들에게도 꽤 낯이 익은 분일 텐데
조드푸르에서 '선라이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중인 '프락카쉬'란 아저씨다.
힌두어로 프락카쉬는 '일출'이란 뜻. 자기 이름을 따서 여관 이름도 만들고, 그러고 보니 우리말 이름은 '일출씨'가 되는 셈이네.
어쨌거나 대단한 멋쟁이!!! 유독 여자들에게 느끼할 정도로 사근사근하지만 꽤 친절하고 멋진 양반이다.
인도여행에서 또 재미난 친분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뭐니해도 기차다.
워낙에 넓은 땅덩어리다 보니 기차를 타고 열 시간 이상 이동하는 일은 다반사인데,
우리네 기차와는 사뭇 격(?)이 다른 기차 안에서 그냥 눈 딱 감고 잠을 자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주위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다보면 꽤나 멋진 인간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사진 속의 친구들은 자이살메르에서 조드푸르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콜라캔에 독한 인도 럼주를 몰래 넣어 마시며(라자스탄 지방은 공공장소에서 음주가 금물!)
친해진 영국인 알렉스 부부와 로빈과 시크교도 군인인 구르미트와 작쉬르.
인도에서의 기차 여행은 이렇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국경을 초월해 사람들을 친하게 만들어 준다.
알렉스 부부를 비롯한 영국인 친구들은 뉴델리로 가는 길이었고, 나와 시크교도 군인 친구들은 조드푸르가 목적지.
영국인 친구들과 아쉬운 석별의 인사를 나누고(알렉스가 축구팀 맨체스터 매장 직원이라 맨체스터 반바지를 선물로 받기도)
생전 처음 가보는 조드푸르란 도시에 군인들과 함께 내린 시각은 밤 10시 반.
미처 숙소도 잡지 않은 터라 그만 헤어지자고 이야기를 꺼내려는 찰나,
둘 중 고참이자 장교인 구르미트(오른쪽 인물)가 한잔 더 하잔다.+ㅅ+
공공음주가 불법인 라자스탄에서 음주가 과연 가능할까 의문스러웠는데 독한 인디안 보드카 두병을 사 신문지에 둘둘 말아
술을 먹을 수 있는 가게를 수소문해보니 역시나 퇴짜일색!
무려 10군데나 되는 가게를 돌아다닌 끝에 구석진 한 허름한 가게에서
보라색 인도 생양파와 푸른 레몬, 그리고 카레을 안주삼아 새벽 2시까지 보드카 두병을 다 비웠더랬다+ㅅ+;;
사실 낯선 여행지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면 무슨 엄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 큰일 날 짓을 한 셈인데...
군인은 인도에서 믿을만한 직업이기도 하고, 그들과 기차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믿을만한 사람들이란 확신을 했기에
그렇게 맘 놓고 생전 처음 가본 도시에서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과 술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지.
어쨌거나 그 인연 덕분에 그 다음 여행에서는 구르미트의 부대에 초대받아 인도 병영을 체험하는 드문 경험을 하기도.
인도인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중국인에 버금가는 장사꾼들.
그 중에서도 서비스업인 여관과 호텔을 운영하는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가 없겠지.
분명 방을 잡을 때마다 얄미운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 꼭 장삿속에 기분 나빠 할 필요는 없다.
사진 속의 주인공들은 우다이푸르에서 묵었던 하누만 가트의 사장님과 매니저인 바바인데
분명 장사꾼들이긴 하지만 꽤 친절하고 호의가 깊었던 사람.
물건값이나 끊어달라 부탁했던 기차표나 버스표가 살짝 비싸긴 했지만,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더랬다.
정말 스크롤 압박의 진수인 이 포스팅의 마무리를 할 사람들은
우다이푸르를 다녀온 한국 여행객들이라면 십중팔구 들렀을 그림 그리는 소니네 가족.
사진 속의 벽에 쓰여진 한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독 한국사람들을 좋아하는 가족이다.
물론 천성이 좋은 사람들이라 모든 여행자들에게 친절하지만, 정말 우다이푸르에 간다면 꼭 만나야 할 사람들.
'맥주 타이거'란 별명이 있는 작은 소니와의 술자리는 물론, 아름답기 그지없는 라자스탄 세밀화를 배울 수도 있다.
어쨌거나 휴...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는 끝이 없구나.^^;;
앞으로도 우쓰라의 지루박멸 인도이야기는 쭈욱~ 계속됩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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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http://woosr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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