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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구생활-인도

온도시가 파란색인 인도의 블루시티, 조드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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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온건물이 파란색으로 칠해진 블루시티, 조드푸르"


올해 초 압도적인 영상미로 주목을 끌고 있는 영화가 있었으니 인도 출신 감독 타셈 싱의 <더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하 <더폴>)이다. 몽환적인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이야기보다 더 판타지한 화면 덕분에 영화평론가들은 물론, 미술비평가들로부터도 극찬을 받는 중이다. 이 영화의 더 놀라운 점은 스크린을 수놓는 놀라운 영상들을 일체의 컴퓨터그래픽의 힘을 빌지 않고 100% 아날로그 촬영으로 만들었다는 것.

4년에 걸쳐 18개국 26개 지역에서 일일이 담아냈고 그것들을 편집해 한편의 영화로 만드는 데 도합 6년이 걸렸다고 하니 감독과 촬영진, 그리고 영화에 관계된 스태프들의 인내와 노고가 어떠했을지 과히 짐작이 가고 남는다. 영화의 다양한 촬영지 중 많은 부분은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인도에서 촬영되었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장면은 온 건물이 푸른색으로 칠해진 도시의 풍경들과, 아라비아풍의 기묘한 문양과 조형을 자랑하는 신비한 성의 모습이다. 이 장면들이 촬영된 곳은 인도 서북부 라자스탄주의 ‘조드푸르’란 도시.(인도 현지 발음은 '조드뿌르'다.) 도시 대부분의 건물들이 푸른색 빛깔을 띠고 있어 ‘블루 시티’라 불리는 곳이며 인도 3대 성 중 하나인 메헤랑가르 성이 있는 인도 서북부의 중심도시기도 하다.

사실 내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이 조드푸르 때문이다. 조드푸르는 뉴델리니, 뭄바이니, 바라나시니, 아그라 등 인도의 유명도시들과 달리 배낭여행객들이 건너뛰곤 하는 도시인데, 실상 가보게 되면 도시 전체를 둘러싼 몽환적인 분위기와 친절한 사람들로 인해 인도의 수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잊지 못할 기억을 안고 오게 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나 역시 이번 인도여행에서 이 도시를 지나칠까 하다가 그냥 경유지 겸으로 쉴셈치고 들렀었는데, 세상에나!!! 어찌나 아름다우면서도 친절한 도시였던지... 이 도시가 중요한 배경이 되는 영화 <더폴>이 끔찍하게 반가울 수밖에.


타고난 심미안과 질투심이 날 정도로 천재적인 표현력을 가진 타셈 싱 감독이니만큼-제니퍼 로페즈가 출연했던 스릴러 <더셀>(2001)을 본 사람이라면 이미 타셈 싱만의 그 화려한 영상미에 압도되었을 것이다.-당연히 조드푸르 본연의 모습보다 영상이 훨씬 아름다울 것 같지만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솔직히 밝히자면 해질녘 거대한 메헤랑가르 성의 꼭대기 첨탑에서 내려다보는 ‘블루시티’의 풍경은 영화에서의 그것에 필적하고 남는다. 개인적으로 3년 전 첫인도여행에서 진정 ‘뇌살적’으로 아름다웠던 장면은 인류문명의 발상지 갠지즈강에서 맛본 일출이었는데 그 찬란했던 기억을 눌러버릴 정도로 그 순간의 매력은 압도적이더라.

아무튼 서두가 제법 길었다. 저명한 블로그 이웃 한분께서 <더폴>을 보고 “이 영화의 촬영장소 관광패키지를 만든다면 기꺼이 갈 용의가 있다”며 영화에 등장한 촬영지의 아름다움을 재치있게 극찬한 바 있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조드푸르 외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모든 곳의 아름다움을 직접 목격하고픈 욕심이 실로 간절하다는 말씀. 그래도 난 조드뿌르 한곳이라도 제대로 보고 왔으니 이 영화를 보고 여행의 갈증에 시달리는 수많은 이들 중에서는 행운아인 셈이다. 그 행복감을 홀로 만끽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들에게 자랑하고자 지금부터 염장질을 할 참이니 눈꼴사나운 분들은 스크롤바를 그만 내리고 우측 상단의 X표를 누르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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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영화 속에서 등장한 장면 중의 하나. 성 아래의 마을이 죄다 파란색인데... 이런 도시가 정말 현실에 존재하는 걸까?
그 해답은 아래에 등장할 사진들을 보며 확인해보시도록 하겠다^^




영화 속에 등장한 성은 조드푸르의 상징인 메헤랑가르 성이다.
조드푸르 어디서든 보이는 웅장한 메헤랑가르 성의 그 위용은 정말이지 웅장하다.
인도 3대 성 중 하나인 이 성은 121m 높이의 바위산에 지어져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철통같은 방어를 했다 한다.
원래 조드푸르가 위치한 라자스탄주는 싸움 잘하기로 소문난 용맹한 무사들(라지푸트)의 땅이라
15세기 인도를 통일한 강성한 무굴제국조차도 이 라자스탄 주만큼은 굴복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메헤랑가르 성은 요새이자, 이 지역의 왕인 마하라자가 거주하는 궁전이기도 한데
무척 튼튼하게 지어져 인도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난 성으로 꼽힌다.
실제로 봐도 어지간한 공성기로는 흠집도 못낼 정도로 튼튼해 보인다.
(이 높은 곳까지 공성기를 끌고 오기도 힘들었을 테지만...)
그런 강철같은 이미지 때문인지 영화 <더폴>에서는 다섯 무사의 원수인 오디어스가 사는 궁전으로 등장한다.




성 내부는 박물관으로 공개해 수많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유물의 전시방식과 보존 상태,
그리고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가 '인도스럽지' 않게 무척 세련되고 깔끔하다.
영어, 불어, 스페인어는 물론 심지어 한국어로 된 오디오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을 정도.
사진에처럼 신비스러운 문양과 양식의 공간들이 가득해 입장료 250루피(8000원 정도)가 전혀 아깝지 않다.




천하를 호령하던 마하라자와 그 가족들이 살았던 공간이니만큼 성 내부는 이처럼 무척 화려하다.
인도에서도 가장 뛰어나고 아름다운 예술 문화를 가진 라자스탄 주의 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 세월은 그러한 권세를 퇴색시키기 마련이고
왕과 왕족들이 살던 메헤랑가르 성은 이제 서민들도 쉽사리 찾아 구경도 하고 휴식도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라자스탄 주는 여전히 마하라자 출신들이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잡고 있는 곳이며,
옛 신분과 관습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인도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 중 하나다.




여러 가지 볼거리가 가득한 메헤랑가르 성이지만 역시나 백미는 꼭대기의 첨탑에서 보는 조드푸르의 시내의 풍경이다.
사진에서처럼 해질녘의 붉은 하늘과 대조적으로 더 파랗게 빛나는 '블루시티'의 진면목을 보고 있노라면...
와...! 정말이지 가슴마저 감동으로 시퍼렇게 물들 정도다. 



조금 더 와이드하게 잡은 해질녘 조드푸르의시가지. 이렇게 파란 도시의 모습에 뿅 반해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유명한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는 매년 이곳에 찾아 사진작업을 한다지.




그러나 사실 조드푸르 도시 전체가 다 푸른 색 건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며
(구시가지는 대부분 푸른색 건물들이지만, 신시가지는 다른 색의 현대식 건물들이 많다.)
옛날에는 신분이 높은 브라만의 집만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푸른 색으로 칠했었는데
19세기 말 경쟁도시 자이푸르가 영국의 황태자를 환영하기 위해 도시를 분홍빛 페인트로 다 칠해
'핑크시티'의 명성을 얻은 것을 보고, 그와 대조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 온도시를 푸른 색으로 칠해 버렸다고 한다. 




성 위에서 바라보는 푸른빛 도시의 전경도 아름답지만, 구시가지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서민들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영화에선 근육질 흑인 무사와 함께 강렬한 매력을 발산하던 푸른 건물.
내 사진에서는 영화와는 달리 생뚱맞게 강아지가 앉아있지만 나름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도에서 쳐다보기도 싫을만큼 많이 마주쳐 식상하기 그지없는 소의 모습도
푸른 벽을 배경 삼아 찍으니 제법 근사한 모양새가 나온다^^;;




푸른 색 벽에 자연스레 피어나는 세월이 만든 무늬와 인간의 인공적인 손길이 언밸런스하면서 조화롭다.
이렇듯 조드푸르는 인간과 세월이 합작해 만든 묘한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도시다.




구시가지를 벗어나 신시가지로 가면 인도의 여느 도시와 다를 게 없는 풍경이 펼쳐지지만
기분 탓일까? 흔해 빠진 낡은 노란색 릭샤조차도 왠지 신비로워 보인다. 




너저분하기 그지없는 시장 거리의 회색 풍경에도 이런 "새빨간" 릭샤 한대가 박혀있으니 분위기가 달라보인다.




도시 곳곳의 소소하고 일상적인 순간마저도 신비롭고 몽환적인 조드뿌르의 풍경들...
그러나 조드뿌르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순수하고 친절하며(물론 닳아빠진 장사치들은 그러하지 않지만), 낯선 이방인에게 경계심을 품지 않는다.
이른 아침 서민들이 사는 골목을 거닐다보면 사진에서처럼 쉽사리 사진을 찍어주거나, 그 보답으로
그네들 집에 초대받아 따끈한 모닝 짜이(인도 밀크티) 한잔을 얻어마실 수도 있다.^^




조드뿌르에는 사진에서처럼 유달리 화려한 터번을 쓴 아저씨들이 많은데 터번의 색깔에 따라 계급을 알 수 있다고.
아무튼 인도만큼 인물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있을까. 갑작스런 촬영 요청에도 이렇듯 훈훈한 표정을 선사해 준다.
심지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외국인 여행자를 보고 먼저 찍어달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노점 장사하는 꼬마마저도 밝은 표정으로 농을 걸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밝은 표정을 짓고 살아가는 도시지만...




어찌 과거마저 다 밝을 수가 있을까...
통계자료를 보면 인도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 하지만 서민들의 삶이 실제로 평온하고 안전한 것은 절대 아니다.
사진 속 중앙의 '아비쉑'이란 소년은 이미 눈치챈 분들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양손이 의수다.
어릴 때 메헤랑가르 성 올라가는 길에 있는 전신탑 주위에서 놀다 감전사고를 당해 두 손을 잃었다 한다.
사람들을 위한 기본적인 기반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어 질병은 물론 온갖 사고의 가능성이 주변에 산재해 있다.
위험에 대한 이해도나 저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이 어른들이 방치한 그런 환경의 피해자가 되기 마련.
아비쉑처럼 평생을 온전치 못한 몸으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
가슴 아픈 현실이요, 미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밝은 그들의 모습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럼에도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방인의 사진 한장에조차도 너무나 순수하게 행복해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블루시티 조드푸르를 빛내는 진짜 보석들이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풍경들과 함께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조드푸르의 기억은
사진 속 여인의 뒷모습처럼 언제나 신비롭고 아름답게 '오롯이' 간직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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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dpur, Ragistan in India, 2008-2009
글/사진: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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