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탐구생활-인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인도의 갠지즈강

반응형



온갖 쓰레기와 배설물, 심지어 타다 만 시체까지 둥둥 떠다니는 강물 속에서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고, 물을 마시는 곳. 아마도 갠지즈 강 하면 십중팔구 이런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사실 틀린 모습이 아니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이라면 일생동안 꼭 한 번은 갠지즈강에서 목욕을 하며 몸을 정화시키길 원하니까.

죽는 순간 이곳에 대한 집착은 더더욱 강하다. 갠지즈강이 있는 바라나시란 도시에는 죽자마자 곧바로 화장을 받을 수 있도록 '오늘 내일 하는 사람'만 묵을 수 있는 호텔들이 있는데 방이 없어 6개월은 기다려야 될 정도라니...(구라투숙객을 막기 위해 곧 죽는다는 의사소견서까지 증빙해야 투숙할 수 있단다.+ㅅ+)

갠지즈강은 인도어로 'ganga(강가)'라 불리는데 '강가'는 많고 많은 힌두신들 중 가장 너그러운 어머니신이란다. 그래서 갠지즈강에 육신을 태워 뿌리는 것은 인생의 모든 짐을 그 어머니신에게 맡기는 정화의 시간, 그리고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 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너도나도 갠지즈강에서 화장을 하길 원한다는데...

그 효험은 산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발휘한다고 믿어 일생 중 한 번이라도 강물에 몸을 담그길 원하는 사람들로 강은 1년 내내 북적거린다. 덕분에 화장터자 목욕터인 '가트'가 집중적으로 있는 곳인 바라나시는 조그만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곳이 되었다. 2007년 1월 바라나시에서는 6년에 한 번 있는 '아르드 쿰브렐라'라는 축제가 열렸는데 무려 7천만명이 되는 사람이 강에 몸을 담궜다니 갠지즈강에 대한 인도인의 열망과 존경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이런 인도인들만큼 갠지즈강에 갈 필요가 절실하진 않지만 인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갠지즈강은 꼭 한 번 들러야 할 곳이다. 어떤 이에겐 인도만의 독특한 종교와 화장문화를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곳, 또 어떤 이에겐 온갖 더러움과 이해 못할 불쾌함만 가득한 곳, 또 어떤 이에겐 인도에서 가장 무섭고 섬뜩한 곳으로 각인될 수 있는 곳이 갠지즈강이다.

혹자는 갠지즈강에서 평생 잊지 못할 '영적 체험'을 하고 돌아왔다지만 힌두교 신자가 아닌 이상에 그런 경험은 어불성설, 언감생심이라! 객관적인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갠지즈강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조금이나마 독특한 체험을 가능하게 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인도 여행에서 구경했던 곳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이어서 '스크롤 압박'이 있는 사진으로 갠지즈강을 스케치해 본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종교도시 '바라나시"

우타르프라데시 주에 있는 '바라나시'는 인도에 있는 7개의 힌두교 성지 중 으뜸가는 곳이란다.
덕분에 인구가 채 100만명이 되지 않는 소도시지만 순례자와 여행객으로 1년 내내 북적댄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바라나시가 또 불교의 성지란 것.
석가모니께서 깨달음을 얻은 '녹야원'이 있는 곳이 또 이 바라나시라.
세계 4대 종교 중 절반의 성지를 갖고 있는 종교의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 자체는 왜 이리도 지저분한지,
여행객들은 그 지저분한 인도에서도 바라나시를 가장 더러운 도시로 꼽기도 한다.^^;;
아무튼 삶의 적나라한 모습이 활기차게 살아있는 꼬불꼬불한 골목을 지나가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갠지즈강에 도착하게 된다. 



"망자와 산자를 동시에 위하는 공간, 가트"

저 어두컴컴한 통로가 앞서 지나왔던 활기찬 골목길과 묘하게 대비된다.
이제 '죽음의 공간'으로 들어온 걸까? 눈앞에 펼쳐지는 갠지즈강가의 풍경은 의외로 시끄럽고 활기차 보인다.
통로를 나와 뒤를 돌아보니 사진처럼 형형색색의 예쁜 장식들로 가득한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갠지즈강가를 따라 수백개가 존재하는 '가트'라는 곳인데 화장터인 동시에 빨래터자 목욕터인 곳이다.
그런데 죽음을 볼 수 있는 공간답지 않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의외로 유쾌하고 밝아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장례를 치를 때 초상집이 은근히 잔치집 분위기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죽는 자를 기쁘게 보내고 다시 반갑게 맞이하는 공간이라 그런 느낌이 나는 지도...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갠지즈강을 바라보는 기분은 일품이다.
인더스강과 더불어 인류문명의 젖줄이라는 강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소소한 감격도 맛본다.
맑지 않은 황토빛 물이지만 강가에는 몸을 담그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가트에서는 사진에서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강물에 몸을 담근다. 목욕을 하고, 물을 마시기까지 한다.
들었던 것처럼 강가에 시체나 소뼈가 둥둥 떠다니는 풍경은 목격 못했지만
심히 더러워보이는 강에서 그러는 모습이 위생적으로 안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런 인도인들에게 탈 하나 안 난다니 신기할 따름.
용기있게 저 물을 먹는 외국인들에겐 꼭 탈이 난다더라.-ㅅ-;;
나 역시 몸을 담그거나 물을 마실 용기는 내지 못했지만 다음에 가거들랑 강물에 몸은 담궈봐야겠다.^^



저렇게 바구니에다 바리바리 옷가지며 세면도구를 싸와서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한다.
물이 깨끗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다행히 갠지즈강은 그 이름만큼 넓고 관대해 정화능력이 있다는데
최근 들어 그 정화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다는데... 
원인은 갠지즈강에서 목욕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근처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들이라지.
인도의 산업화 때문에 머지 않아 저런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좋은 곳, 좋은 것으로 다시 태어날지니"

정작 중요한 모습인 '가트에서 화장하는 모습'은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이유인즉슨 화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영혼이 사진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미신 같지만 윤회가 가장 중요한 힌두교에서, 또 화장하는 가장 큰 이유가 영혼이
다시 좋은 곳에서 좋은 존재로 태어나기 위해서 하는 것을 생각해볼 때 사진은 찍으면 절대 안 된다.
실제로 사진을 찍다 적발되면 거액의 벌금을 물고, 카메라는 압수당하며 곧바로 가트에서 쫒겨난다.
사진을 찍었다 살해된 사람도 있다던데 사실유무를 떠나
화장하는 모습을 찍는 것만큼 현지인을 무시하는 무례한 행동은 없는 셈.

아무튼 화장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면 역겨움과 동시에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간이 작아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특유의 매캐하고 비릿한 냄새가 속을 휘젓는다.
특히 시체가 좀 타면 막대기로 시체를 때리는데
'퍽퍽' 몸이 바스라지는 소리와 함께 내장이며 골수가 좀 튄다.-ㅅ-;;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체가 고루 타지 않기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절차.
다시 장작을 좀 더 넣고 몇 시간 더 태우면 완전히 화장이 된다.
완전히 가루가 될 때까지 타야 윤회가 잘 된단다.

앞서 언급했지만 화장을 하는 이유는 힌두교의 윤회 사상 때문이다.
현세에서 도덕적인 삶을 살고 화장을 통해 육신은 버리고 영혼을 갠지즈강에 뿌리면
다음 생애에는 더 좋은 곳에서 좋은 존재로 태어난다는 믿음.
그래서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에게 갠지즈강에서의 죽음은 태어나는 순간보다 더 중요하다.
가족과 친지, 그리고 지인들이 죽은 이가 더 좋은 존재로 태어나길 간절히 비는 것은 당연한 일.



자, 힌두교를 믿지 않더라도 이곳까지 온 여행객이라면 갠지즈강의 너그러운 어머니신께 기도를 해봐야겠지.
힌두교에서 신에게 공양을 드리는 것을 '뿌자'라고 하는데
우리네 불공을 드리는 것처럼 갖가지 현물을 바치며 소원을 비는 행동이다.
갠지즈강에서는 꼬마들이 파는 '디아'라 불리는 요 꽃잎이면 '뿌자'를 드릴 수 있는 조건으로 충분하다.
모양에 따라 10루피에서 30루피 정도 한다. 여러 개를 사서 띄울 수록 소원은 더 잘 이뤄진다지.
갠지즈강 여행의 필수 코스인 나룻배를 타기 전 디아를 몇 개 사서 강물에 띄우며 소원을 빌었다.
일단은 모든 것이 낯설은 인도땅에서 무사히 건강하게 여행을 잘 마치게 해주십사 소원을 빌었대지.
멀쩡하게 잘 돌아온 걸 보면 역시 기도의 효험이 있었나 보다.^^



"배 위에서 만끽하는 여유의 순간"

정성껏 뿌자를 드린 뒤 배는 서서히 가트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강가에서 좀 멀어지니 가트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는 가트의 모습은 더욱 더 평온하고 활기차 보인다.
이런 가트들이 강가를 따라 수백개나 존재하니 바라나시를 '가트의 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갠지즈강까지 와서 뱃사공들이 직접 노를 젓는 나룻배를 안 탄다는 것은 앙꼬없는 찐빵을 먹는 격이다.
보통 유명한 수상관광지가 별 감흥없는 비싸기만 한 뱃놀이로
관광객의 원성을 사곤 하는데 갠지즈강은 절대 안 그렇단 말씀!
하긴 배삯이 좀 비싸긴 하다. 흥정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을 보이기도 하니까.
번거롭더라도 배를 타기 전 흥정을 잘 하고 가격은 꼭 못을 박아두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배를 세번 탔는데 세 번 다 가격이 달랐다.-ㅅ-;;
보편적인 가격은 인당 150루피인데 이것도 어디까지 가는지,
몇 시간을 타는지, 노젓는 사공은 몇 명인지에 따라 다르다.
뭐 복불복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배를 타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도.^^
하여튼 배삯이야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요.
사진에서처럼 포스가 철철 넘치는 뱃사공 어르신을 만나면 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몇 십년째 갠지즈강에서 노를 젓는 노인이라는데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갠지즈강 자랑에 침이 마른다.
영어를 좀 하는 젊은 사공의 말로는 왕년에 갠지즈강 노젓기 대회 참피온이었다고.^^



어느 정도 노를 저어 강 중앙에서 보는 바라나시의 풍경은 참 평화롭다.
처음에는 갖가지 가트를 구경할 수 있도록 강가를 따라 배가 움직이는데
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는 가트 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화장터에는 쉴새없이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따끔 만나는 배에서는 인도인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준다.
수없이 보는 외국인 관광객일텐데도 언제나 반가운 반응을 보여주는 친절한 인도인들.



가트들 사이에는 큰 성처럼 보이는 건물도 있고 튼튼한 벽들이 줄지어 있는데
우기 때 범람하는 갠지즈강의 물길을 막기 위해서란다.
인도를 통일시킨 무굴왕국 이전, 다양한 왕국이 존재할 때
강을 타고 침범하는 적군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갠지즈와의 조우"

갠지즈강에서 배를 탈 땐 일출이나 일몰 때 맞춰 타는 게 좋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갠지즈강에서 맛보는 일출과 일몰은
진짜 영적 체험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환상적이니 말이다.
위 사진은 일출 때 우연히 마주친  배인데 단순히 단체여행객들이 탄 배임에도 불구하고
솟아오르는 해의 기운과 어우러져 '뿅가리스웨트'급의 아우라를 발휘한다.
여행에서는 이처럼 때때로 주변의 상황이 그 순간을 훨씬 미화하거나 과장하게끔 만드는 경우가 있다.^^;;
뭐 그만큼 갠지즈강의 일출과 일몰이 멋있다는 이야기. 



배를 타고 한시간쯤 여유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강너머에 와 있다.
강너머는 신기하게도 빼곡하게 건물이 들어찬 반대편과는 달리 넓찍한 평원이 펼쳐져 있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는 말씀.
예로부터 갠지즈강 너머는 죽음의 공간이라 여겨 살아있는 사람이 살 곳을 만들지 않았다고 하지.
그래서인지 뭔가 강 저편과는 또다른 아우라가 느껴지더라.
왠지 우리 배를 모는 뱃사공 양반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뱃사공 카론처럼 보이기까지도...-ㅅ-;;
아무튼 인적없는 강너머는 사진에서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른 생명체들을 볼 수 있다.
여유롭게 강물 속을 휘젓고 다니는 저 변견들은
강기슭에 떠다니는 시체의 일부와 뼈를 주식으로 먹고 산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런 묘한 느낌을 주는 강너머에서 보는 일몰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시각적, 정신적 체험을 제공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노을이지만 유달리 강렬해 해가 완전히 잠길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해가 진다는 것은 곧 달이 뜬다는 것이요, 달이 진다는 것은 곧 해가 뜬다는 것이니...
너무나 당연한 사실도 이 갠지즈강에서는 삶과 죽음의 시작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는걸까?
여행의 감흥에 젖은 이방인의 오버일 수도 있겠지만
갠지즈강에서 느끼는 일몰과의 조우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만 하다.


※글을 쓰는 동안 이런저런 감흥에 젖다보니 주절주절 왠지 두서없는 여행기가 된듯 하다. 그러다 보니 바라나시 가는 법을 빼먹을 뻔 했다.^^; 바라나시는 인도의 중앙을 기준으로 동북부에 위치해 있다. 수도인 델리에서는 제법 떨어져 있는 셈. 그래서 인도 서부를 여행하고 나서 델리에서 기차나 버스, 지프를 타고 바라나시로 가는 여행자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델리에서 기차를 타고 13시간 걸려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버스는 정말 고행 중의 고행이고 지프를 타고 가는 방법이 돈은 많이 들지만 가장 빠르고 편하댄다. 상대적으로 동쪽이기 때문에 바라나시를 거쳐 네팔과 티벳 지역으로 가는 배낭 여행객들이 많다.

.
.
.

글/사진 :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http://woosra.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