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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구생활-아시아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 일본 에노시마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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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가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신주쿠니, 하라주쿠니, 시부야니, 다이칸야마니, 지유가오카니, 에비수니, 오다이바니, 츠키지니... 헉헉!!!+ㅅ+;; 도쿄 도심의 유명한 명소들만 보기 마련입니다. 여기다 추가를 한다면 요코하마. 그리고 하루 정도 여유를 잡는다면 온천이 유명한 하코네에 다녀오겠지요. 사실 도쿄 여행을 넉넉하게 잡아서 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아마 이 정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쿄 여행에서 가봤거나 가볼 수 있는 루트일 거예요. 하지만 하루 정도만 시간을 할애해서 지금 소개하려는 '에노시마-가마쿠라'를 둘러보는 것도 천편일률적인 도쿄 여행에 색다른 양념, 아니 양념 정도가 아니지요. 색다른 메인요리를 즐겼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하고 즐거운 기억을 남길 수 있답니다.

도쿄 도심에서 전철로 한시간 반 남짓 떨어져 있는 에노시마-가마쿠라는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해안가 도시이구요. 도쿄와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전혀 다른 소박하고 옛스런 풍경이 남아있는 정겨운 곳이랍니다. 더군나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좋아하는 <슬램덩크>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지요. <슬램덩크>를 그린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고향이 바로 에노시마였고 유년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고스란히 만화로 표현되어 실제로 이곳에 가보면 만화에서 봤던 낯익은 풍경들과 건물들도 구경할 수 있답니다. 주인공 강백호가 집에서 북산고(실제로는 가마쿠라 고교)로 통학할 때 타던 전철 '에노덴'도 직접 타볼 수 있으며, 하교길 짝사랑 소연이를 수줍게 기다리는 그 철도 건널목도 직접 건널 수 있답니다. 다른 여행지에선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감동이지요.^^

꼭 <슬램덩크>와 연관짓지 않더라도 에노시마와 가마쿠라는 참 볼 것이 많은 여행지입니다. 무사정권으로 유명했던 가마쿠라 막부가 융성했던 곳이라 전통적인 유적지와 절, 명승지가 무척 많으며, 태평양을 끼고 있어서 넓은 바다를 맘껏 구경할 수 있지요. 일본 내에서도 예쁘기로 유명한 신에노시마 수족관도 구경할 수 있으며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는 에노시마 섬은 그 유명하다는 지중해의 카프리섬과 똑 닮아서 천혜의 자연풍광을 자랑합니다. 숙소를 신주쿠나 도쿄 도심에 잡았다면 오전 일찍 출발해 오후 느지막히 돌아오는 하루일정으로 즐기기 딱 좋은 곳이랍니다. 도쿄에 가셨다 이곳을 지나치셨다면 다음 여행에는 꼭 가보시길. 저도 3번째 도쿄 방문만에 갔는데... 왜 진작 안 갔을까 하고 무지무지 후회했더랬습니다~ㅠ.ㅠ 그럼 강백호의 고향, 에노시마-가마쿠라 여행기 속으로 들어가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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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넉넉한 사람이라면 '앗싸리' 에노시마 일대에 숙소를 잡고 여유있게 구경해도 좋을 곳이지만, 가뜩이나 회사 상사 눈치 보며 하는 일본 여행, 그럴 짬이 어디있겠어욧!!! 십중팔구 신오쿠보를 비롯한 도쿄 도심에 숙소를 잡았을 우리 한국 여행자들, 에노시마-가마쿠라를 가려면 숙소에서 일찍 나오셔야겠지요. 이곳을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에노시마를 먼저 구경하고 에노덴 전차를 타고 가마쿠라 일대를 구경하는 것과 가마쿠라부터 먼저 구경하고 반대로 에노시마 일대를 구경하는 건데... 시간적으로 전자가 훨씬 이득입니다. 아무튼 신주쿠 역에서 오다큐센 쪽 플랫폼으로 가서 가타세에노시마역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면 약 1시간 좀 넘게 걸려서 사진의 가타세에노시마 역에 도착합니다. 1호선을 타고 서울역에서 수원역 정도 가는 거리감정도랄까요? 아무튼 역부터 독특한 것이 방금 전까지 있던 도쿄 도심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입니다.^^



가타세에노시마 역을 중심으로 에노시마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데요. 에노시마 도심부터 여유있게 구경해도 좋고, 2000엔이라는 꽤 비싼 관람료를 내야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신에노시마 수족관부터 구경해도 좋지만 뭐니해도 에노시마에서는 에노시마 섬부터 가보는 게 좋습니다. 여행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메인은 에노시마 섬이라 다른 곳에서 시간을 너무 빼앗기면 정작 에노시마 섬은 입구만 보고 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가타세에노시마 역에서 정면으로 조금만 걸어가다보면 오른편 쪽으로 '에노시마섬'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고 지하도로를 지나면 곧 에노시마섬으로 가는 다리에 도달합니다. 다리까지 가는 길에 강백호가 <슬램덩크> 마지막편에서 재활훈련을 하며 달리던 백사장을 볼 수 있지요.(추성훈 선수도 여기서 서핑을 자주 즐겼답니다.) 꽤 긴 다리를 건너면 사진 속의 에노시마 섬에 도달합니다. 에노시마 섬은 이렇게 가는 길에 보면 정말 조그만 섬 같은데 막상 들어가서 돌아다녀 보면 생각보다 꽤 넓은 면적을 자랑합니다.(끝까지 갔다 오는데 꽤나 땀 좀 흘렸거든요^^;;) 게다가 상가는 물론, 주택가, 사당, 절, 심지어 식물원까지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세상 같은 곳이지요. 



에노시마 섬 입구에는 사진에서처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토리이'가 서 있고 그 뒤로 쭉 길게 전통상점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주로 기념품과 해산물로 만든 주전부리들을 파는데 그 맛이 기막힙니다. 조그만 문어 4~5마리를 꽉 압축시켜 부채처럼 크게 뻥튀기한 타코센베이라는 간식거리가 있던데... 먹는 데 정신팔려서 정작 사진은 찍지도 못했다지요. 정말 짱 맛있더랬어요.+ㅠ+



도쿄 도심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기념품과 먹을거리들을 구경하다 보면 요렇게 에노시마 신사로 올라가는 계단과 토리이가 나옵니다. 신사는 그리 크지 않지만 꽤 오래전에 만들어졌었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다른 명소와는 달리 나이 지긋하신 일본 분들부터 데이트를 즐기러 온 청춘남녀까지 다양한 일본 사람들을 볼 수 있지요.



일본의 절이나 신사를 가보면 일본에는 여전히 민간신앙이나 기복신앙이 더 많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지요. 우리나라처럼 유교국가도 아니고, 숭불국가도 아니었고, 또 기독교가 널리 퍼진 것도 아니고... 그래서인지 일본의 신사나 절 풍경은 참 이색적입니다.



요렇게 분홍빛으로 이쁘게 칠한 나무판에 저마다의 소원을 빕니다.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하러 많이 오는 곳이니만큼 "우리 사랑 영원히 지속되게 해주세요" 식의 문구들이 많이 보이네요. 저도 하나 써서 매달고 싶었지만 뭐 동행한 이가 남자친구라 머쓱해서...^^;;



아무튼 신사 구경을 마치고 계속 계단을 오르고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섬 중앙에 도착하는데 요 에노시마 섬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삽니다. 대부분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집이고, 가게들이지만 섬 중앙으로 들어가면 정겨운 시골 풍경 같은 장면도 펼쳐지고 관광지스럽지 않은 꽤 기품있는 상점들도 드문드문 눈에 띕니다. 예전에 나폴리의 카프리 섬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보다 훨 소박하고 규모도 작지만 비슷한 느낌이랄까나요.



섬을 걷다 보면 눈앞이 아찔한 기암절벽도 볼 수 있고, 까마득히 높은 에노시마 타워에도 올라갈 수 있고, 잘 가꿔진 식물원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섬 입구에서부터 사진에 보이는 섬의 반대편인 치코가후치 해변까진 꽤 거리가 되므로... 다 생략하고 어쨌든 섬의 반대편에 도착했습니다. 왠지 쓸쓸해뵈는 바다끝 마을의 골목을 지나자마자 드넓은 태평양이 펼쳐집니다. 저멀리 보이는 수평선은 정말 태평양... 끝없이 펼쳐질 망망대해지요.



태평양을 눈앞에 두고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저 강태공의 여유... 같이 간 친구 박군도 두팔 벌려 드넓게 펼쳐진 태평양의 기운을 느껴봅니다. "우워우어어~ 어느덧 중년이 된 우리에겐 드넓은 태평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굿!!!"



에노시마 섬 트래킹(이 정도도 트래킹이라 부를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은 꽤 만만치 않습니다. 섬 대부분의 길들이 가파른 계단으로 이뤄져 있고, 결정적으로 아까 사진에서 보신 섬 반대편에서 다시 입구 쪽으로 오려면 온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는 거죠. 옛날에는 섬 반대편에서 입구 쪽으로 오는 배가 있었다고 하던데... 제가 갔을 땐 배의 흔적조차 안 보이고... 다시 울며 겨자먹기로 온길을 다시 되돌아왔는데 9월임에도 무척 뜨거운 날씨에 거의 탈진할 뻔 했답니다. 같이 간 친구는 이날 더위를 먹어서 장염에 걸려 귀국했구요. 더운 여름에 에노시마 섬에 가시려는 분들은 염두에 두시길^^;;

아무튼 다시 섬의 입구로 돌아가는 길 유난히 고양이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에노시마 섬에는 길냥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일본의 고양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으며, 아니 아예 '무시'하며 윤기가 자르르한 털 하며 대부분 다 복부비만인게...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음을 한눈에도 알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천국... 또다른 에노시마 섬의 이름이려나요.



더운 날씨에 노구(?)를 이끌며 섬을 돌아다니느라 너무 지쳐버려서 수족관 관람이니, 에노시마 거리 산책도 다 생략하고 곧바로 강백호가 통학 때 애용했다는 에노덴을 타기 위해 에노덴 에노시마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에노시마에 도착해서 에노시마 섬을 구경하고 이래저래 사진 찍는 데 정신팔리다 보니 3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버려 사실 시간적 여유도 없었더랬지요. 다른 곳을 더 구경하시려면 에노시마 섬 구경은 그냥 1시간 정도 할애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무튼 다시 에노시마 섬에서 다리를 건너 에노덴 에노시마 역으로 향하는 길. 조그만 바닷가의 마을 답게 아기자기한 가게와 횟집, 수산물 가게 등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에노시마는 정말 조그만 도시라 다리로부터 10분도 안 걸어 곧 에노덴 에노시마 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말 장난감 역처럼 조그만 역이 정겹습니다. 도쿄 도심에선 발견할 수 없었던 일본 특유의 작고 아기자기한 공간미와, 세월의 흔적도 느껴봅니다.



"와! 저게 바로 가마쿠라까지 가는 에노덴 전철이란 말이지!"  강백호가 만화 속에서 이 전철을 타고 통학을 했다는데... 참으로 감개무량한 순간입니다. 에노덴은 에노시마와 가마쿠라를 연결하는 10km남짓 되는 노선인데 느릿느릿 낡고 조그만 역들을 정차하며 지나가는 코스가 환상입니다. 에노시마에서 가마쿠라까지 가는 노선은 해안가라서 전차를 타며 바다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 꼭 서양의 트램처럼 마을을 관통해서 지나가기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도 있는 아주 톡특한 전차랍니다. 이 지역에 왔으면 안 타려야 안 탈 수 없는 명물 중의 명물이지요.



마치 세월을 몇 십년 뒤로 되돌린 듯한 정겹고 이색적인 풍경이지 않습니까. 그 옛날 우리나라의 비둘기 열차가 떠오르기도 하구요. 그렇게 시골도 아닌 일본의 도쿄 근교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참 독특하죠.



도심의 휘황찬란하고 번쩍번쩍거리는 모습보다 요런 아련한 듯한 느낌이 오히려 더 일본 고유의 느낌 같아요. 요즘 우리나라는 개발이다 뭐다 해서 옛 건물들과 시설은 다 허물고 새로 짓는데... 그에 비하면 일본은 예전부터 사용했던 게 불편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막 없애버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문득 이런 풍경을 2008년 현재에도 볼 수 있다는 게 무척 부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에노덴 전차를 타고 가다 보면 여러 역을 지나는데 강백호가 다녔던 가마쿠라 고교나 이 지역의 명소인 대불상을 보기 위해선 중간중간 내려야 한답니다. 사실 그 대불상은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의 말미에 등장한 촬영명소인지라 꼭 들를 필요가 있었지만...ㅜ.ㅠ 저희는 벌써 꽤 늦은 시간이라 다시 도쿄로 돌아갈 여정을 감안해서 다 패스!!! 곧바로 종착역인 가마쿠라 역에 도착했습니다.



가마쿠라는 고풍스럽고 유서 깊은 도시. 도쿄에서 꽤 떨어진 도시라지만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카페나 식당, 상점이 많은 곳이랍니다. 같이 에노덴 전차를 타고 온 유카타 입은 여학생들도 한컷!!!(사진촬영에 민감한 도쿄 도심의 사람들보다 훨씬 사진 인심도 좋습니다^^;; 꺄르륵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는 모습이 어찌나 정겨운지^^ 물론 여행에서 돌아온 뒤 사진도 보내줬답니다.) 



가마쿠라 역 앞에는 꽤 긴 상점거리가 펼쳐지는데 상점 하나하나가 고풍스럽고 참 이쁩니다. 일본에서도 전통이 살아있기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보니 건물들이 옛 고유의 색채를 잘 유지하고 있어요. 고갈된 체력 때문에 비싸보였지만 그냥 다짜고짜 들어갔던 이쁜 카페. 어찌나 커피맛이 달콤하던지^^



사실 도쿄에서 그리 일찍 출발하지도 못한 데다 에노시마 섬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바람에 정작 가마쿠라에서는 상점과 거리 구경, 그리고 요 쓰루가오카하치만구란 신사 밖에 구경을 못했다지요. 벌써 하늘은 어둑어둑!!! 휴대전화로 귀여운(?) 자세로 촬영을 하고 계신 부부님의 모습이 노독으로 지친 눈에 콕 들어옵니다.^^;;



에노시마섬과 에노덴의 소개에만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해 정작 가마쿠라 쪽의 명소는 소개를 못한 감이 있지만 가마쿠라에는 신사나 절은 물론 무사 문화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유적지나 박물관도 많이 있답니다. 저도 일정상 그쪽까진 다 보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뭐 그리 부지런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구경한 게 어디겠습니까? 다음에 도쿄 가시거들랑 요 에노시마와 가마쿠라도 여행 코스에 꼭 넣으시길^^ (참! 가마쿠라에서 돌아오실 때는 JR가마쿠라 역에서 도쿄 도심으로 들어가는 전철을 타시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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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http://woosr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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