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참 위험하고 삭막하고 황량한 공간이지만 왠지 동경을 불러오는 로맨틱한 공간이기도 하지요. 사실 요즘 같아선 사막보다 한국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더 고달프니 진짜 무서운 사막은 따로 있는 셈이지요. 아무튼 '지리학적'인 진짜 사막을 여행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정말 꿈만 같은 일이요, 일생의 로망일 것입니다.
이런 로망의 실현이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요즘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랍니다. 물론 차가 갈 수 없는 사막을 낙타만 타고 몇날 며칠, 아니 한 달도 넘게 해야 하는 여정은 여전히 엄두도 못낼 일이긴 하지만서두, 사막에서의 하룻밤 보내기 정도는 약간의 경비와 시간, 그리고 떠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경험이거든요. 덕분에 저 우쓰라씨 같은 평범한 이도 지난 인도 북부여행에서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경험하는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더랬습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처럼 사막에 가기 위해 군인이 될 필요도 없이, 어린왕자처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사막에 불시착할 필요도 없이, 그냥 배낭 하나 둘러매고 사막투어 프로그램이 있는 도시에 가서 투어 신청만 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사막에서의 하룻밤. 거창한 여행준비도,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도 필요없고 그저 "떠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가능한 경험이기에 보시고 나면 "뽐뿌" 받으실 분들도 제법 있을 거라 짐작하면서 파키스탄에 인접한 인도의 국경도시 자이살메르에서 경험했던 사막에서의 1박2일을 소개해 봅니다^^
사막투어를 신청할 수 있는 자이살메르는 어떤 도시인가요?
사막투어를 즐기려면 당연히 사막이 있어야 하겠죠. 인도의 서쪽 끝도시 자이살메르는 인근에 타르사막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끼고 있어 인도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막투어의 본고장이랍니다. 자이살메르는 건조한 사막지대에 오아시스 같은 도시로서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역에서 기차로 14~15시간 가량 걸려요. 드넓은 인도에서 기차 15시간 정도 타는 건 아무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꽤 고생거리기에^^;; 뉴델리에서 다이렉트로 가는 여정보다는 자이푸르, 조드푸르, 우다이푸르 등 라자스탄 지방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둘러보면서 자이살메르로 가는 여정을 추천해 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조드푸르에서 기차를 타면 7~8시간이면 자이살메르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자이살메르는 사막도 사막이지만 여러 가지로 의미있는 도시인데요. 일단 종교와 영토 문제로 인도와 '으르렁거리고' 있는 파키스탄에 가장 인접한 국경도시에요. 폭탄테러나 전쟁의 위험이 가장 높다고 소문이 나있지만 실상 그닥 위험하지 않습니다. 기차역과 거리에서 자주 마주치는 군인들을 보면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긴장이 실감이 나기도 하지만 자이살메르라는 도시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기에 여행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만족감을 표하는 도시기도 합니다. 또한 자이살메르는 라자스탄 주의 전통이 여전히 잘 살아있는 도시라 사막투어 외에도 인도전통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 거대한 자이살메르 성은 물론 모래와 돌로 지어진 전통가옥과 함께 평범한 인도인들이 살아가는 오순도순한 모습이 참으로 기억에 남는 도시라지요.
사막투어는 어떻게 신청하고,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기차를 타고 자이살메르역에 도착하고 나면 처음으로 마주치는 풍경! 호텔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우리 숙소에서 묵으셔요!”라고 목청을 높이는 호객꾼들의 모습입니다. 보통 자이살메르의 호텔(시설이나 비용 면에서 보자면 호텔이라기보단 여관이겠죠.)들은 기본적으로 숙박과 함께 사막투어를 함께 진행합니다. 굳이 자이살메르에서 묵는 숙소에서 사막투어를 신청할 필요는 없지만 자기 숙소에서 사막투어를 신청하는 게 가장 저렴하고, 편한 방법입니다. 사막투어를 하는 전제로 숙박비를 깎아주거나 심지어 무료로 하는 호텔도 많기 때문에 잘만 선택한다면 무척 저렴한 가격에 숙박과 사막투어를 다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자이살메르에 도착하기 전 <인도 100배 즐기기>나 <론리 플래닛> 등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믿을만한 호텔 리스트를 살펴보고 인터넷으로 최근의 평판 등을 미리 한번 훑어본다면 특별히 악덕업자를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답니다. 숙박은 보통 하룻밤에 싱글룸 기준으로 150~200루피(4500원~6000원) 정도로 무척 저렴한데 문제는 낙타투어 가격이겠지요. 보통 당일 석식과 그 다음날 조식이 포함된 1박2일짜리 사막투어 코스가 600루피(18000원) 정도부터 시작됩니다. 보통 식사는 카레에 인도식 빵인 난 등이 제공되는 소박한 형태인데 바비큐나 탄두리치킨이 제공되는 투어는 당연히 가격이 더 비쌉니다.
거대한 모래구릉이 있는 ‘샘 샌드둔’ 일대에서 야영을 하는 루트가 일반적인데, 더 외딴 지역인 ‘쿠리’에서 사막투어를 즐긴다면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가며 자이살메르까지 개인적으로 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더 조용하고 낭만적인 사막의 밤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자이살메르 지역은 바가지를 씌우거나 불법영업을 하는 행위를 상인협회에서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낙타 몰이꾼들이 팁을 요구한다거나, 부가비용이 별도로 붙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저렴하고 믿을만한 사막투어를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1박2일짜리 사막투어도 낙타를 타나요?
반나절짜리 사막투어도 즐길 수 있고, 원한다면 타르 사막을 모두 둘러보는 한달짜리 사막투어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는 사막의 ‘ㅅ’자도 경험하기 힘들구요. 후자는 글쎄요... 한달짜리 사막투어를 경험한 사람들 말로는 정말 사람이 경험할 게 아니라고 합니다.-ㅅ-; 일반 여행자들에게 가장 적당한 코스는 뭐니뭐니 해도 점심 이후에 출발해 다음날 오전 중에 돌아오는 1박2일짜리 프로그램이겠지요.
1박2일짜리 사막투어는 대부분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프를 타고 시작됩니다. 보통 5~6인 정도가 한 팀이 되어 지프에 함께 타고 오후에는 사막 부근의 고대 유적이나 전통 마을을 둘러봅니다. 왕족들의 무덤인 ‘바라박’이나 ‘자인교 사원’, 그리고 라자스탄 지방의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소박한 시골마을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렇게 지프를 타고 2~3시간을 보낸 뒤 오후 3시 경이 되면 본격적으로 사막 투어가 시작됩니다. 이때부터는 지프가 아니라 낙타를 타게 되는데요. 차가 갈 수 없는 사막 지역을 낙타를 타고 그 옛날의 상단들처럼 터벅터벅 지나갑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울 목적지까지 2시간~3시간을 낙타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낙타를 탔다는 흥분에 더할나위 없이 즐거운 여정이지만 곧 얼마지 않아 한낮의 땡볕과 흙먼지, 그리고 끊임없이 달려드는 날벌레들의 압박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더 엉덩이... 정말 두 쪽이 날듯이 아프다니까요ㅜ.ㅜ(참! 엉덩이는 원래부터 두 쪽이었던가요?^^;;)
사실 낙타는 무척 거대한 동물입니다. 개인적으로 말을 타본 적이 있었는데 낙타를 탔을 때의 높이는 말을 탔을 때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답니다. 게다가 낙타는... 참 성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잘 길들여진 베테랑 낙타의 경우에는 고분고분한데... 이제 막 사람을 태우기 시작한 낙타라도 타면 원하는 데로 가지도 않을뿐더러 자칫 낙타 위에서 떨어질 것도 각오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낙타의 길다란 목 중앙에는 땀샘이 있는데 그 땀샘 주위로 몰려드는 수많은 날벌레 때문에 낙타도 괴롭지만 사람도 무지 괴롭답니다. 낙타를 타는 게 무작정 즐겁지만은 않다는 말씀^^;; 새삼 먼 옛날 한달이고 두달이고 낙타를 타고 사막을 가로질렀던 상인들이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사막에서의 밤은 어떤가요? 정말 별들이 하늘이 쏟아질 듯 반짝이나요?
낙타를 타고 흥분과 고통의 연속을 두어시간 반복하다 보면 사막에서 밤을 보낼 거대한 모래구릉에 도착하게 됩니다. 낙타 위에서의 시간이 아무리 괴로웠던들 짐을 풀고 몰이꾼들은 저녁 준비를 하고, 낙타들은 사막에 듬성듬성 돋아나 있는 풀을 뜯고... 그런 와중에서 조우하는 사막에서의 석양은 진정 최고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낙타 위에서의 고생이 일순간에 씻겨나갈 정도지요.^^ 생전 처음보는 사막에서의 강렬한 석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금방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옵니다. 몰이꾼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준 저녁식사를 먹다 보면 저녁 시간이 후딱 갑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각국에서 모인 여행자들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의 묘미란... 모래가 버석버석 씹히는 식사라한들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지요. 미리 가져 간 인도 럼주와 맥주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잠을 잘 시간이 됩니다. 뭐 사실 아무 것도 없는 사막에서 밤에 이야기 외에 할 게 뭐가 있을까요? 몰이꾼들이 주는 모포를 덮고 하늘을 보며 하나둘씩 빛나기 시작하는 별들을 보면서 잠을 청하면 첫날의 일정은 끝이 납니다...가 아니구요!^^;;
사막의 밤은 무지무지 춥단 말씀!!! 대부분의 여행자가 개인 침낭을 가져와 그 위에다 모포까지 덥고 자지만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한기는 상상 외로 차갑습니다. 한낮의 땡볕 더위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한기 때문에 벌벌 떨다 보면 푹 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겠죠? 자다가 깼다가 자다가 깼다가를 반복하는 사막의 밤은 길기도 하구요. 문득문득 그 사이에 꾸는 꿈들은 편하게 집에서 꾸는 꿈과는 달리 유달리 판타지틱하고 몽환적입니다. 그런 순간 문득 침낭 위로 목을 내밀어 하늘을 보는 순간... 와!+ㅅ+;; 정말 말로만 들었던, 하늘을 점점이 수놓고 있는 별들의 향연을 목격하게 됩니다. 사막에서는 저녁부터 별이 뜨는 게 아니라 달이 지평선으로 내려올 때쯤 별들이 가장 많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새벽녘이겠지요. 비몽사몽간에 보는 별이라... 그 순간을 사진에 담기도 힘들고 그냥 멍하게 바라볼 뿐이지만, 어찌나 환상적인 순간인지요. 내가 별인지, 별이 나인지... 몽롱하게 밤하늘에 취하면서 다시 잠이 들게 되는 게 사막의 몽환적인 밤입니다. 그래서 문필을 뽐내던 그 누군가가 사막에 다녀와서 그랬던가요. 사막의 하룻밤은 꿈보다 아름답다고...^^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 일정은?
사막에서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고 난 다음의 아침. 저 같은 경우는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아무도 없는 모래 구릉에 올라가 일출을 기다렸더랬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새벽. 너무 조용하다 보니 제 주위를 지나가는 딱정벌레(낙타의 똥을 먹고 삽니다.)의 발자욱 소리마저 들리는 그 고요한 순간. 그 적막을 만끽하며 맞이하는 사막에서의 일출은... 그야말로 뿅가리스웨트급 감동입니다. 전날 사막에서의 일몰을 보며 감동을 느꼈지만 사막에서의 밤을 보내고 맞이하는 일출의 감동은 두 배 이상이지요. 일출을 감상하고 낙타몰이꾼들이 만들어주는 오믈렛이니 빵을 먹고 다시 지프가 기다리는 지점으로 낙타를 타고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사실 사막 더 깊은 곳으로 가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정신적으로 아무리 감흥을 얻었다 한들 육체는 살짝 망가지기 마련입니다.^^;; 아침부터 오전 반나절 조금 아쉬운 듯한 사막과의 조우를 마저 즐기고 사막에서 함께 하룻밤을 지낸 동료들과 '찰칵' 한컷 기념사진을 찍은 뒤 얼른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게 다음 여정을 위한 슬기로운 일정이겠지요. 만약 진정 사막을 더 보고 싶다면, 그리고 체력이 유달리 강인하다 자부한다면 2박3일, 3박4일의 사막투어 코스도 추천해 드립니다.
아무튼 사막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적다보니 그만 저도 모르게 감흥에 젖어버려 주절이주절이 글이 길어져버렸어요. 사막에서의 하룻밤은 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그 감흥과 여운은 오래 남는다는 방증이겠지요. 다음에 인도에 가실 기회가 있거들랑,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향한 꿈을 꼭 자이살메르에서 이루시기 바랍니다.^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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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http://woosra.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