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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탐구생활-추천만화

가을철, 식욕을 당기게 하는 음식만화 베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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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다이어트 중이라면 열독금지!"
가을철 당신의 입맛을 살려줄 음식만화 베스트 10


'천고마비(天高馬肥)!' 알다시피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라는 뜻의 가을을 찬미하는 고사성어인데요. 얼마나 가을이란 계절이 좋으면 말까지 살이 찌겠습니까?^^ 그러나 자연이 주는 변화의 혜택을 그닥 피부로 받지 못하고 사는 요즘 도시인들에겐 가을이 되어봤자 딱히 바쁜 일상생활에 잃었던 입맛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하늘은 높은데 미각은 '마비(痲痺)'된 '천고마비'의 계절일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래도 명색이 가을인데 이럴 때 입맛을 살려서 정말 "말처럼 살이 찌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바쁜 도시인이라도 출퇴근하며 오고가는 지하철에서도 가능한 방법이 있으니, 바로 책장을 잡은 손에 주르륵 군침이 떨어지게 만드는 '웰메이드' 요리만화를 보는 방법입니다.

"웬 뜬금없는 요리만화냐?"라는 의문도 드시겠지만, 요리만화만큼 직접적으로 입맛을 살려주는 특효약도 없거든요. 요리만화는 왠지 마이너한 장르 같지만 엄청난 종수의 작품이 나와 있으며, 한번 연재를 시작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장수를 하는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만화의 한 장르입니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조합으로 연상력의 극대화를 이끌어내는 만화의 미덕이 가장 잘 발휘되는 장르가 음식만화라는 사실의 방증인 셈이지요.

또한 만화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그 폭을 넓혀 봐도 음식을 잘 보여주기에 만화만큼 우수한 미디어도 없답니다. 너무 빤히 시각적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상물보다도, 아무래도 이미지를 생생히 연상시키기 힘든 소설보다 만화의 연출력이 주는 미덕이 딱 적당하거든요.

게다가 음식만화는 만화내공이 부족한 신인작가들에게는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장르이기도 합니다. 문화와 역사와 삶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음식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조사해야 할 자료도 자료거니와, 음식보다 더 맛이 깊은 인생 이야기를 녹여내야 하기에 그 깊이를 표현할 수 있는 삶의 연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지요. 한국만화의 거장 허영만 선생께서도 [식객] 연재를 위해 준비한 기간이 4년이라고 밝힐 만큼 만만한 장르가 아닌데요. 그런 만큼 인기 있는 음식만화는 작품적으로도 우수한 명작들이 많답니다.

자, 이처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극찬을 한 음식만화의 미덕! 이런 미덕이 존재하기에 음식만화는 입맛을 살리는 데 특효약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음식만화들이 이 가을 입맛을 살리는 데 특효약이 될 수 있는지, 지금부터 한번 꼽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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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만화의 자존심!"
1.식객
글/그림 : 허영만

매체에서 음식만화 추천 리스트를 볼 때마다 어김없이 올라오는 허영만의 [식객]. [식객] 외에는 특별히 추천할만한 음식만화가 없다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그만큼 <식객>의 완성도가 높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사실 허.영.만이라는 이름 석자는 한국만화의 완성도를 상징하는 브랜드로서의 지위까지 얻었고, 영화화될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기에 자꾸 언급하는 게 식상하기도 하겠지만, [식객]을 다시 한번 곰씹어 읽어보라. 만화 속에 등장하는 삭히고 삭힌 김치나 홍어의 맛처럼 그 유명세 이상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만화야말로 일본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고, 음식만화 역시 [식객] 외에 내놓을 만한 작품이 없는 한국 만화계지만 [식객]만큼은 일본의 우수작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만화 한컷 한컷에 오롯이 담긴 한국문화와 음식에 대한 거장의 사랑이야말로 수많은 일본만화들을 제치고 [식객]을 자신 있게 음식만화 베스트 10 리스트 첫줄에 올릴 수 있는 이유! 현재(2009년 9월) 25권까지 출간되었다.




"요리는 곧 승부다!"
2.미스터 초밥왕
글/그림 : DAISUKE TERASAWA

초밥이란 분야는 요리에 있어 극히 일부분이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있어 요리만화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만화는 단연 [미스터 초밥왕]이다. 초밥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기도 하거니와, 만화 자체의 짜임새도 좋지만, 뭐니해도 요리를 승부라는 대결구도에 접목시킨 거의 최초의 만화라는 점이 이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일 터. 작가인 데라사와 다이스케는 이 만화를 처음 연재할 80년대 중반 당시 초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쇼타라는 한 소년의 성장드라마를 그리는 데 집중하기 위해 '승부'라는 공식을 이용했다는데... 그 시도가 결국 요리만화의 커다란 공식을 만든 셈이다.(쇼타야말로 착해빠진 얼굴로 위장한 만화계 사상 최고의 승부사다!) 요리라는 행위를 지나치게 대결에 결부시키다 보니 눈에 거슬리는 요소들도 많지만, 쇼타와 다이넨지, 도키치 등 초밥의 달인들이 화려하게 만들어내는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초밥은 예술의 경지 수준이다. 

그런 주인공들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이 만화의 식감을 끌어올리는 진정한 일등공신은 초밥을 먹는 심사위원들! 초밥 하나에 입안에 파도가 휘몰아치는 격랑의 황홀경을 느끼고,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는 유체이탈의 경험을 하는 심사위원들의 호들갑(?)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만화 속의 초밥을 먹고 싶은 맘이 간절하다.(이런 묘사는 다이스케의 후속작 [절대미각 식탐정]에서는 더 과장된다. 심지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주인공의 얼굴이 다섯배로 부풀기도!!!) 아무튼 초밥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연재를 하며 도쿄의 한 초밥집만 400번이나 넘게 방문했다는 작가의 취재력과 열정 또한 심사위원들의 ‘오버’ 그 이상인데... 1부가 27권, 2부인 전국대회 편이 17권으로 출간되었다.




"100권이 넘게 나온 초장수 만화"
3.맛의 달인
글 : Kariya Tetsu 그림 : Hanasaki Akira

만화에서 그 힘들다는 밀리언셀러가 되기보다 힘든 건 뭘까? 바로 한 작품을 단행본 100권까지 발행하는 일일 것이다. 10권도 아니고 100권을 내려면, 작가의 노력은 물론 만화를 연재하는 잡지사의 인내와 결단이 필요할 터. [맛의 달인]은 1983년 이후 소학관의 주간만화지 [빅코믹 스피리츠]에서 현재까지 연재되고 있고, 100권이 넘는 단행본이 나온 초장수 만화다. 특이한 점은 자료조사와 취재, 스토리는 남편인 테츠 카리야가, 작화는 부인인 아키라 하나사키가 연재 시작과 함께 계속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연재가 가능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끈끈한 부부 간의 호흡이었을 수도. [맛의 달인] 역시 [미스터 초밥왕]처럼 대결구도로 만화를 쭉 이어가는데 아버지를 위해 맛의 오의를 탐험하는 쇼타와는 달리 [맛의 달인]의 주인공 지로는 아버지에 대한 혐오로 맛의 오의를 탐험한다.(물론 중반 이후에는 아버지와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긴 한다.)

어쨌거나 반세기가 넘게 진행된 만화이니만큼 일본사회상의 변화까지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으며 일본에 존재하는 요리는 거의 다 소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심지어 한국요리, 중화요리까지 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소개되니, 이 만화 한질(도대체 가격이 얼마야?)을 구입한다면 동양요리에 대한 레서피는 따로 필요 없을 듯하다.




"가정식 요리의 훈훈한 미덕"
4.아빠는 요리사
글/그림 : TOCHI UEYAMA

권수로는 [맛의 달인]과 쌍벽을 이루는 우에야마 토치의 [아빠는 요리사]. [미스터 초밥왕]과 함께 음식만화의 원조 트로이카라 할 수 있겠다. 이 만화 역시 단행본 100권을 넘는 기록을 세웠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스터 초밥왕]과 [맛의 달인]과는 달리 승부나 대립의 날이 없는 소박한 만화다. 요리란 것이 출세와 명예의 성취보다는 가족의 소소한 행복에 더 가치가 있다는 주제로 요리 본연의 미덕에 더 충실한 만화다. 주인공인 일미계장은 지극히 평범한 중소기업의 샐러리맨. 험상궂고 무뚝뚝한 인상과는 달리 아이들에게 간식을 차려주고, 폭음을 하고 돌아온 신문기자 아내에게 숙취 해소에 좋은 요리를 해주는 ‘완전’ 자상한 남자다.

그의 소박한(?) 음식 솜씨는 회사에서도 힘을 발휘하는데 팀 동료들의 소소한 문제들을 요리의 힘으로 해결해주기도 하는 진정한 숨은 요리의 명인이다. 식당이 아니면 먹기 힘든 위 두 만화의 요리와는 달리 [아빠는 요리사]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대부분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게 대부분. 만날 ‘얻어먹기’만 한 남편이자 아빠라면 이 만화를 요리책 삼아 가족에게 소박하지만 정이 듬뿍 담긴 요리를 한번 선사해보는 것도 어떨까?^^




"한국형 중화요리만화의 진수!"
5.차이니즈 봉봉클럽
글/그림 : 조경규

[식객]을 제외하곤 아무리 찾아봐도 제대로 된 음식만화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 만화계에 홀연히 등장한 음식만화의 실력자가 있으니 바로 [팬더댄스] 시리즈의 조경규다. 조경규는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실력파 만화가로서 갈고닦은 작화력을 음식만화에 쏟아 부은 보기 드문 식도락 만화가다.

조경규는 한식보다는 중화요리에 특화된 전문가인데 현재 중국에서 유학을 하며 미지의 중화요리를 몸소 경험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작가의 열정과 취재력이 고스란히 만화에 녹아 있어 [차이니즈 봉봉클럽]은 한국 중화요리의 맛지도로도 손색이 없다.(단행본 중간 중간에 만화에 등장한 실제 중국집 주소와 연락처도 적혀있다.) 베이징 오리구이, 소롱포, 꿔바로우, 십경월병 등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중화요리의 생생한 묘사에 푹 빠지다보면 정말이지 중국집이 ‘급’당긴다!

음식만화와는 안 어울릴 것 같은 그림체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는 그림체와 ‘자장면 비빌 때 나는 소리’에 황홀경을 느낄 정도로 중화요리 마니아인 주인공들이 펼치는 중화요리의 향연은 일본요리만화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미스터 초밥왕] [천하일미 돈부리] [절대미각 식탐정] 등 일본의 쟁쟁한 음식만화에 보내는 오마주 뿐 아니라 [거인의 별] [북두의 권] 등 고전만화를 차용한 패러디도 놓치면 안 될 매력요소! 




"출출한 야밤에 보면 큰일날 만화"
6.심야식당
글/그림 : ABE YARO

최근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잔잔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음식만화가 있으니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이다. [심야식당]은 야밤에 출출한 경험을 많이 겪은 사람이라면 단골식당으로 삼을만한 심야식당을 소재로 한 만화. 도쿄 신주쿠의 한 골목에서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만 영업하는 심야식당에 찾아오는 평범한 서민들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내는데, 그 읽는 맛이 꽤나 담백하고 감칠난다.

까까머리에 얌생이 콧수염, 그리고 눈 옆의 수상한 흉터까지. 결코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인상의 중년 남성이 운영하는 심야식당의 메뉴는 딱 한 가지. 된장국 정식 뿐이다. 그러나 찾아오는 손님이 따로 먹고 싶은 걸 주문하면 주인장이 가능한 한 만들어주는 게 또 이 가게의 모토. 그래봤자, 재료가 한정되어 있어 붉은 비엔나소시지, 돈까스 덮밥, 감자 샐러드, 고기감자조림 같은 집에서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어제 만든 식은 카레나 밥에다 가다랑어포와 간장을 뿌려먹는 일명 '고양이맘마'도 이 식당에서는 어엿한 인기 메뉴다. 그러나 이런 소박하고 일상적인 메뉴 덕분에 이 식당은 언제나 단골들로 문전성시. 그리고 그 단골들에게 주인장이 만들어주는 음식들은 지난 날의 추억을 일깨워주고, 현재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앞으로의 일상에 희망을 안겨주는, 치료약의 역할을 하는데, 메뉴 하나당 하나의 에피소드를 엮어 시시콜콜하지만 공감 가는 소시민들의 일상과 사연을 읽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특이한 점은 [심야식당]을 그린 아베 야로가 41살에 이 만화로 데뷔했다는 점. 경력은 일천할지언정 40년 넘게 쟁여 논 인생 경력과 연륜을 만화 속에 녹여내는 솜씨가 정말 탁월하다. 제대로 된 음식만화를 내려면 이 정도는 인생 연륜은 쌓아야 한다는 산 증인인 셈.^^ 국내에서는 최근 4권(2009년 9월 말)이 출시되었다.




"어류도감이 울고갈 전문만화"
7.어시장 삼대째
글 : Nabeshima Masaharu 그림 : Hasimoto Mitsuo

도쿄 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동양 최대의 어시장이라는 쓰키지 어시장을 아마 가봤을 것이다. 우리나라 노량진 수산시장과 비슷한 느낌의 시장이기도 한데, 생선의 왕국이라는 일본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으로서, 일본 전역의 최고 물 좋은 생선은 이곳으로 몰려드는 유통의 중심! 그러다보니 이곳에서 수십 년간 일한 사람은 생선박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인데! [어시장 삼대째]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쓰키지 어시장에서 삼대째 가업을 잇는 주인공 준타로의 이야기를 담은 생선요리만화다.

특이한 점은 가업을 잇는 가게가 식당이 아니라 중간도매상이란 점. 생선 요리를 맛있게 하는 기술보다는 각양각색의 생선들을 언제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볼 수 있는데 그 전문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27권(2009년 8월 출시)까지 나와 있는데 어지간한 어류도감보다 물고기(물론 일본종 위주지만)에 대한 상식 이상의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 만화의 미덕은 그런 지식 뿐 아니라 재료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생명에 대한 진솔함도 배울 수 있다는 것. ‘삼대째’라는 제목 뿐 아니라 만화를 보는 내내 일본문화의 최고 미덕이라는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단순히 부자간 전승이었으면 뻔했을 이 레퍼토리를 장인과 사위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더 입체감 있게 풀어낸 연출력도 재미 요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중화요리만화"
8.불꽃요리사 주부덕
글 : Arajin 그림 : Shinji Imaizumi

제목만 보자면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만화일 것 같은 [불꽃요리사 주부덕]. 심지어 만화를 보기 전 주부덕이 ‘덕’이란 이름을 가진 주부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던, 첫인상은 그야말로 ‘꽝’이었던 만화인데 의외로 만화 자체는 참으로 진지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픽션인 다른 음식만화와 달리, 이 만화는 실존하는 화교 요리사 주부덕씨를 모델로 삼아 만든 전기만화이기 때문.

바다가 닿는 곳에는 어디에나 있다는 중국 화교들이 일본 요코하마에도 차이나타운에 터를 잡고 사는데 주부덕은 요코하마에서 중화요리로 자수성가한 화교요리사. 요코하마에 가서 먹어야하는 필수 음식이 ‘요코하마 짬뽕’인데 실제로 이 주부덕씨가 만들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만화는 실화다 보니 좀 지루한 점이 있지만, 먹는 행위의 신성함과 소중함에 대해 더 공감이 간다. 주부덕의 어린 시절 고생담을 보고 있노라면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대사가 환청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이 만화에 등장하는 독특한 팁 중 하나는 소리로 요리의 맛을 내는 것. 바삭거리는 맛있는 탕수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이 내는 소리의 변화를 캐치하는 것이라는데... 만화를 보고 집에서 몇 번 따라해 봤지만 좌절했던 기억이 선연하다^^;;




"요리청부사의 진정한 음식철학!"
9.셰프
글/그림 : Tadashi Katoh

만화의 팬이 아니더라도 일본 만화 전성기를 이끈 데즈카 오사무를 알고 있을 텐데 그의 만화들은 후학들에 의해 수없이 리메이크가 되고 오마주의 대상이 되곤 한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는 [블랙잭]이 장르를 불문하고 재생산이 가장 많이 된다는 점. 천재적인 실력을 가졌지만, 음지에 숨은 채 청부의료를 하는 블랙잭의 설정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던지 심지어 요리청부사가 등장하는 만화까지 등장하게 만들었다.(하긴... 만화청부사가 주인공인 [코믹마스터 J]란 만화도 있으니 요리는 약과겠다.)

프랑스 요리에서 주방장을 뜻하는 용어인 ‘셰프’를 제목으로 한 이 만화는 천재적인 요리 솜씨를 가진 타쿠미(블랙잭과 똑 닮은)가 불가능한 요리 청부를 받아 해결하는 미션을 그린 옴니버스 만화. 좀 어이없는 설정에다 음식만화 중 가장 정나미 떨어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이기도 한데 정작 타쿠미의 요리철학은 공감 가는 바가 있다. “비싼 재료와 오랜 시간을 들여 요리를 한다면 누구나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기에 진정한 요리사란 한정된 돈과 재료를 이용해 빠른 시간 내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신조인데, 오히려 현실적인 면에선 과장된 다른 요리만화보다 점수를 줄만하다. 40권이 넘게 출간되었으나 2003년을 마지막으로 출간되었기에 전질을 구하기 힘든 만화지만, 옴니버스 만화라 중간중간 끊어 봐도 만화의 재미를 느끼기엔 크게 무리가 없다.




"일본 제빵기술의 진수!"
10.따끈따끈 베이커리
글/그림 : Hashiguchi Takashi

만화의 지명도도 지명도지만, 이 음식만화 추천 리스트의 기준이 하나 또 있으니 각 만화마다 구별되는 차별성이다. [식객]은 한국요리, [미스터 초밥왕]은 초밥, [맛의 달인]은 일본요리, [아빠는 요리왕]은 가정요리, [심야식당]은 야식, [차이니즈 봉봉클럽]은 한국의 중화요리, [불꽃요리사 주부덕]은 일본의 중화요리, [어시장 삼대째]는 생선, [셰프]는 프랑스 요리다. 좀 중복되는 감도 있지만 나름 최대한 요리의 분야별로 고루 분배를 하려 했으니 그 마지막 요리의 장르는 제빵 만화. 빵도 굉장히 중요한 식단 중 하나요, 본고장인 서양보다 더 맛난 빵을 만드는 일본이다보니 빵에 관련한 만화가 안 나왔을 리 만무하지.

그러나 개인적인 판단 기준으로 그다지 의미 있는 순수 장르만화는 없는 편이라 어떤 것을 추천할까 글을 쓰면서도 목하 고민중-.-;. 한국에서 영화화까지 된 [서양골동양과자점]은 동성애에 포커스를 맞춘 야오이물에 가깝고, 드라마는 물론 모바일 게임으로까지 제작된 [따끈따끈 베이커리]는 만화 속에 나오는 베이커리 회사 이름인 ‘빵타지아’란 이름처럼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만화다.

차라리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라하는 [독신자 기숙사]의 작가 에이사쿠 쿠보노우치의 [쇼콜라]를 추천하고도 싶긴 하지만, [쇼콜라] 역시 빵가게만 나올 뿐 조폭과 고딩의 짬뽕 로맨스물이기에, 제빵만화 중에선 그래도 [따끈따끈 베이커리]를 추천한다. 지극히 과장적이나 제빵제국이라는 일본의 빵 종류를 구경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밖에도 특히 술이나 와인을 다룬 만화도 명작들이 많은데 주욕(酒慾)보다는 식욕(食慾)을 자극하는 만화를 소개한다는 본연의 취지를 망각하면 안 되겠지요^^;; [명가의 술]이나 [신의 물방울]처럼 또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는 ‘주류 만화’는 다음 기회에 한번 다뤄 봅시다. 것도 또 색다르게 의미 있을 거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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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지루박멸탐구생활 만화연구소장 우쓰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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