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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탐구생활-촬영 팁

해외여행에서 인물사진 어떻게 찍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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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에서 인물사진, 어떻게 찍어야 할까?"
사진가의 천국, 인도를 여행하며 시도해본 그 짧막한 보고서


해외여행을 할 때 찍고 싶은 사진 중 하나가 그 지역에 사는 현지인들의 사진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풍경보다 사람 찍는 걸 더 좋아하는데요. 해외여행에서 인물사진을 찍는다는 건 정말이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말도 잘 안 통하지, 그네들 에티켓도 잘 모르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있게 인물에게 카메라를 들이댈 용기가 잘 생기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지요.

"한 발 더 다가서라"라고 사진의 거장들이 누누히 이야기했지만, 인물사진은 초상권에 대한 배려도 무척 중요하기에 그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초상권에 대해 깐깐한 유럽이나 미국 뿐 아니라, 아무리 초상권에 대한 개념이 없는 오지라고 하더라도 몰래 찍는 캔디드 사진은 맘이 안 편하거든요. 비록 아마추어 사진가라고 하지만 잘 찍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만으로 찍히는 대상에 대한 배려나 존중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한 잘못이니까 말이지요.

아무튼 각종 화보나 잡지에서 스티브 맥커리 같은 유명사진작가의 여행인물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사진을 한번 찍고 싶다"라는 갈증이 정말 간절한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라하는 인도여행을 세 번 정도 다니면서 그렇게 좋은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그 갈증의 근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푼 것 같습니다.

인도는 참 사진찍기는 최고의 나라인데... 찍히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찍는 캔디드 사진도, 허락을 구하고 포즈를 취한 다음 찍는 심심한 사진도, 어느정도 교감을 나눈 다음 편하게 찍는 친구 사진도, 길을가다 느닷없이 손잡혀 찍어주게 되는 단체사진도... 정말이지 사진 찍는, 특히나 인물사진 찍는 즐거움과 보람을 가장 원초적으로 느낄 수 있는 나라인 것 같아요. 물론 기본적인 에티켓을 무시한다면 사진에 관대한 인도인들도 불쾌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어쨌거나 사진 찍기 점점 팍팍해지고, 또 그렇기에 사진에 대한 철학이 더 혼란스러워지는 이 시대. 인도에서 인물사진 찍기는 "여행에서 어떻게 사람을 담아야 할까?"라는 화두에 조그만 해답을 제시해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세 번의 인도 여행 중 유일하게 혼자 나름 인도를 오래 돌아볼 수 있었던 두번째 여행에서 담은 사진들인데요. 기술적으로 미숙하기 그지없는 사진들이지만 그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과정으로, 또 어떤 마음으로 찍었는지 나름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진이라 짤막한 코멘트와 함께 소개해봅니다. 어쩌면 그간 주워들은 여행사진들의 이론들을 어떻게 여행에서 시도해봤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보고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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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이런 유니크한 모델을 만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꽤 높다.
이 정도의 임팩트가 있는 피사체라면 특별한 테크닉 없이도 시선을 끄는 사진 담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독특한 느낌의 모델은 인도 3대 신 중 하나인 시바의 분장을 하고 있던 소년.

  
 

"인도에 가면 한번 꼭 담아봐야지" 하는 사진이 이 사두(혹은 구루-수행자) 사진인데 진짜 오리지널 사두를 만나기는 힘들지만
비스무리한 분위기의 노인들은 무척 많이 볼 수 있다. 문제는 꼭 돈을 요구한다는 것과 이런 노인을 너무 많이 만난다는 것.
여행에서 사두 노인들(혹은 흉내만 낸)만 수십명은 사진으로 담은 것 같다.-ㅅ-;; 

 
 

천편일률적인 클로즈업사진이 질려서 이런 프레임으로도 담아봤는데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겨있는 듯해 맘에 드는 사진.
사실 가까이 다가가서 일일이 세 분의 사두 사진을 다 클로즈업으로 담았지만 요 사진이 가장 좋더라^^
클로즈업이 아니라 이렇게 넓은 프레임으로 담을 땐 그 나라의 특성과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프레임 속에 넣어주는 게 여행지를 설명해주는 사진으로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위 사진에서는 사두들 말고도 인도 특유의 여러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 사진만큼이나 많이 담게 되는 게 아이들 사진인데... 마음이 아프게도 아이들 사진은 특별히 친해지지 않는 이상
구걸하는 아이들을 많이 담게 된다. 돈을 대가로 이렇게 환한 웃음을 보여주지만 왠지 웃고 있어도 슬픈 표정이다.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돌아다니다보면 순수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아이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런 경우 보다 순수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위 사진은 사진만으로 인도란 나라를 단번에 보여줄 순 없으나
티없이 맑고 깨끗한 아이의 눈망울만으로도 충분히 맘에 드는 사진이다.

 


사진에 관대한 인도라지만 아무래도 초상권 문제 때문에 위의 사진들처럼 클로즈업 사진이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기
마련인데 역시나 자연스러움의 부재로 아쉬운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끔씩 모 카메라 광고처럼 "그들이 나를
의식하지 않도록" 꼼수를 부려 요런 자연스러운 느낌의 캔디드 사진을 담을 필요도 있다.^^;;
만약 노인장께서 나를 의식했다면 신문을 보고 계시진 않았겠지. 하지만 초상권이라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특별히 대놓고 1인모델로 찍었을 경우라면 더더욱)에도 "사진을 찍었다"라고 말씀드리고 액정으로 보여드리는 게 에티켓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캔디드 사진을 찍은 뒤 양해를 구할 필요가, 아니 양해를 구할 수가 없다.
빠르게 말을 타고 가는 노인장을 쫓아가 "사진 찍었어여, 좀 봐주세여!"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역동적인 장면을 만났을 땐 그런 것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빠른 셔터스피드와 정확한 AF포인트를 잡아
역동적이고 초점 정확한 승마 사진을 담는 데 집중할 지어다!!!
아참! 사진은 낙타축제 때 부가적으로 열린 승마대회에서 현란한 승마기술로 인기만점이셨던 노인. 입에 물고 있는 건 돈인데,
현란한 기술을 보여줄 때마다 사람들이 돈을 꺼내면 말 달리는 상태로 입으로 낚아채 물고 가시더라. 놀라울 따름!+ㅅ+

 
 

위 사진과 같은 유형의 캔디드 사진도 그리 부담이 없는 편이다.
모델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쫓아가서까지 양해를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냥 감사히 더 훌륭한 사진으로 담아내는 게 사진에 담긴 분들을 위한 최선의 배려일 수도!!!
위 사진은 해질 무렵의 역광을 이용해 우연히 미리 터번을 쓴 노인과 양철대야를 이고 가는 여성이 교차할 때를
노려서 찍은 건데... 의도한 만큼 더 이상의 감흥을 줄 요소가 없기에 썩 맘에 드는 사진은 아니다.
스치듯 짧은 우연의 찰나 속에서 시선과 감성을 확 잡아끄는 사진을 찍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ㅅ-;;

 


위 사진 역시 우다이뿌르란 도시의 빨래터에서 빨래를 다 하고 가는 한 무리의 소녀들을 의도적인 패턴으로 담아보고자
한 건데, 의외의 변수! 마지막 빨래대야를 안 들고 마지막으로 따라가던 소녀가 나를 바라봐주는 덕분에 조금은 덜 
심심한 사진이 되었다. 만약 4명 다 앞만 보고 걸었다면 지금 느낌보다 훨씬 밋밋한 사진이 되었을 듯^^.

 


위 사진에서 의도적인 판단은 찰나의 순간을 잡기보다 프레임 속에
정확히 1:1 비율로 잡아넣은 서로 다른 색의 벽화와 문인데...
이왕이면 중간에 앉아계신 아줌마께서 밝은 표정을 짓거나 차라리 나를 봐주었면 더 인상적인 사진이 되었을 듯 하다.
계속 기다리며 인사도 드리고 그랬는데 의외로 심드렁하니 잘 봐주시지 않더라.
내 외모가 인도에서 왠만하면 다 친근하게 인사 주고받을 수 있는 편안한 스탈이라 생각했는데...ㅠ.ㅜ 

 


인도에서 찍을 수 있는 인물사진의 종류가 수도 없이 많겠지만 프레임의 크기로 구분하자면 위 사진은 딱히 인물사진이라
부를 수가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인도의 신성한 성지이자 목욕터이자 빨래터인 '가트'에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면 이곳의 특성을
사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런 풍경사진에서도 인물이 차지하는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위 사진과 비슷한 개념의 인물사진일 텐데...
어쩌면 인물이 풍경을 받쳐주는 것일 수도 있고, 풍경이 인물을 받쳐주는 것일 수도 있다.
저런 시큐리티 복장을 하고 은행 앞에 있다면 당연히 사진을 보는 사람은 그가 은행경비원으로 알 테고,
반대로 시큐리티 복장을 하지 않고 허름한 양복복장으로 저 건물 앞에 서있다면 위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 알 수 없다.
내공부족으로 건물의 특성화된 요소가 잘 표현되지 않아 사진만으로는 이 건물이 무엇인지 알기 충분하진 않지만...ㅜ.ㅜ
사진 속 건물은 우다이뿌르에 있는 시티팰리스라는, 옛 궁전을 활용한 박물관이자 호텔이다. 그만큼 지킬 가치가 있단 이야기.

 


위 사진도 마찬가지. 사진 속에 담긴 곳은 우다이뿌르의 작디쉬 만디르란 사원인데 건물 말고 사람들 덕분에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오른쪽 아래의 서양인 중년 여성은 사진의 고유적인 분위기를 해치는
'삑사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외려 사진에 약간의 유머 코드를 가미해 준 듯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듯 하다.^^;; 
하늘 위로 날아가는 비둘기 떼들은 의도적으로 날기를 기다려 뿌린 양념이었는데 타이밍을 놓쳐 그리 많이 잡히지 않았다.-ㅅ-;

 


사진사를 의식하고 찍는 사진은 자연스럽지 않은 게 당연한데 '친밀감'이 담보로 끼어든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는 듯 하다.
사진은 조드뿌르란 도시에서 이른 아침 서민들이 사는 골목을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집앞에 나와 얼쩡거리는 꼬마애랑 놀던 중,
그 모습을 보고 경계하기는 커녕 또 반갑게 인사해주고 급기야 막 끓인 짜이 한잔까지 대접해주던 가족의 모습을 담은 건데...
불과 한 10분 정도의 교감을 나눈 뒤 찍은 사진이지만, 단란한 가족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담긴 듯 하다.
꼬마가 활짝 웃었으면 어떨까 하기도 하지만... 뭐 저런 생뚱맞은 표정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다.^^

 


친밀감과 더불어 유머가 있다면 의식하고 찍는 사진도 충분히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도.
위 사진은 대조를 통해 나름 '동서양 수염브라다스의 조우'란 컨셉으로 찍은 사진인데...
테크닉의 부족으로 의도만큼 재밌는 사진이 나오진 못했다.
뭐 하지만 사진 속에 유머를 넣는 건 무척 중요하다고 모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께서 말씀하셨다지.^^

 


친밀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테크닉이 필요없이 모델의 표정만으로도 기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은 하루 꼬박 집안과 집밖 골목에서 시간을 보내며 친해졌던 라훌네 가족(무지 대가족이다.)의 소녀들.

 
 

앞서 말한 라훌네 가족들. 라우는 맨 뒤 오른쪽의 빨간 옷 입은 청년이다.
마마께서 고개를 돌리셨지만 다른 사진에선 또 환히 웃고 계셨다고...ㅠ.ㅜ
마마를 제외하곤 꼬맹이들 표정이 좋아서 다행^^.
그러나 테크닉적으로 이 사진의 절대적인 결함이 하나 있으니 심도 조절이 꽝이라는 것.
골목이 어두워 조리개를 많이 조일 수가 없긴 했지만 모델들이 앞뒤로 거리를 두고 있는 단체사진에서
깊은 심도(앞의 사람이나 뒤의 사람이라 똑같이 선명하게)를 위해 조리개를 8.0 정도까지 조이는 건 필수!!! 

 


또 똑같은 이야기. 친밀감이 더해질수록 표정은 훨씬 환해진다.
꼭 인도 뿐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통용되는 법칙이다.
사진은 자이뿌르라는 도시에서 한끼 식사를 한 레스토랑의 주인 마눌님과 딸래미.
밤에 찍은 사진이라 인도여행에서 드물게 외장플래시를 사용했다.

 


인도여행의 장점은 평소 업무적인 이유 외에 만나기 힘든 서양인이랑 교감을 나눌 기회가 많다는 건데 사진 속의 친구는
자이살메르란 도시에서 함께 사막 투어를 했던 피에르란 프랑스 친구다. 하룻 밤을 사막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친밀감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이런 친근한 표정을 담을 수 있었다. 뭐 워낙에 훈남이기도 했고^^

 


'친밀감'이라는 건 사진에서는 정말 아무리 많이 말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사진 속의 두 인물은
구르미트와 작쉬르라는 인도 군인. 시크교도들인데 우연히 기차에서 동석하게 되어 기차 안에서 몰래 1차로 술을 먹고
아쉬워 같은 역에서 내린 뒤 자정 넘게까지 인도산 생보드카를 맹물에 말아 3차까지 함께 먹었더랬다.
사진은 술 먹기 전에 멀쩡하고 용맹한(?) 컨셉 사진이고 술 먹고 망가진(나만-ㅅ-;;) 다음 기회에~^^;

 


인도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가장 흔히 많이 사용하는 오토릭샤.
늘 그러하듯 자이뿌르란 도시에서도 오토릭샤를 이용했는데
마침 내가 도착한 목적지가 릭샤왈라(기사)들 쉼터더라.
내리자마자 돈을 지불하고 갈수도 있었지만 20분 남짓이라도 쌓은
릭샤왈라와의 친분 덕분에 그의 동료와 함께 이렇게 단체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런 경우 이들이 뭐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사진처럼 오토릭샤와 함께 찍어주는 센쓰는 필수!!! 

 


보통 이 정도 규모의 단체사진은 우리나라의 상식이라면 어느 정도 친분이 있거나 같은 단체일 경우 찍는 사진.
그러나 인도에서는 생면부지의 사람들 단체사진 찍어줄 일이 많다. 뭐 유명관광지에서 남의 카메라로 찍어주는 경우는 있어도
느닷없이 내 카메라로 단체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황당하기 마련. 하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다.
기쁜 맘으로 이렇게 단체사진을 찍어준 뒤 액정으로 일일이 보여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
이메일도 갖고 있지 않은 시골 사람들, 게다가 영어도 거의 못하는 시골사람들이라 사진을 보내줄 방법이 없지만...
그냥 함께 사진 찍히는 순간을 즐기고, 조그만 액정으로나마 사진을 확인하며 즐거워하는 그들 모습을 보면
진실로 사진을 찍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정말 인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외국인한테... 어쩜 이렇게도 밝고 푸근한 웃음을 주실 수 있는지...
어쨌거나 인도는 정말이지 인물사진 찍기 좋은 나라다.
그리고 정말 사람과 사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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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 canon EOS 5D
글/사진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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