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벌이를 하느라 집에서 동물을 키우지 못하지만 동물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서울로 상경하기 전 고향집에서는 동물들을 많이 키웠더랬다. 진돗개, 포메라니언, 장군이(?)를 비롯한 개들은 물론, 고양이, 토끼,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들과 유년시절을 보냈던 기억. 가끔 꿈속에서 그들이 나올 정도로 좋은 추억들이지.^-^ 아쉬운 점은 그땐 어릴 때라 변변한 카메라도 없었거니와, 사진 자체를 찍을 생각이 없었기에 그 녀석들의 이쁜 모습을 남긴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것. 그나마 아버지께서 필름카메라로, 그것도 동물과 함께 한 아들, 딸내미 사진 남기시고자 찍으신 사진에 조그마하게 나온 사진 몇 컷이 전부라... 그 녀석들의 모습은 희미해진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그래도 뺨을 핥아주던 고양이 녀석의 까슬까슬의 혀의 감촉, 시큼하면서도 싫지만 않았던 강아지 녀석의 입김 내음 같은 건 여전히 선연히 그 느낌이 기억나니 신기할 일이다.)
아무튼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하면서 기르진 못하더라도 이런 저런 동물 사진들을 많이 찍게 되는데 그 중에서 특히 '버닝'한 것은 고양이 사진이다. 고양이야 도도하기로 유명한 모델. 개들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델들이지만 도도하고 까탈스러운 '야옹이씨'들이야말로 "이쁘게 담아주고 말 테닷!" 의지를 불태우며 달려 들어볼만한 흥미로운 모델들이거든.^ㅅ^ 고양이를 기르는 지인들 집에 놀러갈 때는 물론, 거리를 걷다 만나는 '길냥(길거리 고양이)'이들, 그리고 해외여행을 갔을 때 만나는 이국의 고양이들(고양이는 개와 달리 아주 먼 곳에 살아도 생김새가 다 비슷비슷하다.)을 자주 찍곤 하는데, 역시나 고양이 사진 찍기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사진기에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십중팔구 도망을 가거나, 아니면 무안하게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라 제대로 된 고양이 사진 건지기란 강아지 사진 찍는 거에 비할 바가 아니란 말씀.
그러나 고양이도 인지상정을 아는 동물(정말?+ㅅ+;;).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저 나쁜 사람 아니거든요"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갖은 아양을 떨며(아양도 지나치면 도망간다), 경계감을 풀어주면 똑바로 사람을 응시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심한 모멸감을 받을지언정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제법 괜찮은 고양이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뭐 이런 경우는 길고양이들을 만났을 경우이고,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라면 더 쉽지 않겠어? 친밀감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좋은 사진은 나오는 법이다.
그럼 여기서 이론적인 실전!!! 숙지하고 있으면 실제로 더 고양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몇 가지 이론을 알아보자.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요 정도만 감안하고 찍어도 사진 속에서 초점은 흐리멍텅! 십중팔구 유체이탈하는 모습만 찍혔던 사진이 조금은 달라질 지도 모를 것이겠다나옹~=(^ㅅ^)=
빠른 셔터스피드를 확보해요!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피사체. 잘 때를 제외하곤 움직이는 고양이를 선명하게 잡으려면 빠른 셔터스피드가 필요하다. 빠른 셔터스피드 확보를 위한 조건은 밝은 공간. 실내에서 고양이를 자동모드로 찍으면 십중팔구 흔들리게 마련인데, 카메라의 노이즈가 안 생기는 범위에서 최대한 ISO를 높여서 찍자. 요즘 나오는 카메라들은 800까지 올려도 노이즈가 흉하게 생기는 편은 아니니까. 그리고 자동모드는 금물! 카메라는 지나치게 똑똑해서 방안의 밝기를 계산, 적정노출을 맞추기 위해 고양이의 스피드를 담기엔 너무나 느린 셔터스피드로 사진을 찍는다. 100% 흔들리기 마련! 꼭 DSLR이 아니더라도 요즘 나오는 '똑딱이'들도 수동모드가 있기 마련이니 실내라면 최대한 밝은 공간에서 조리개를 최대한 밝게 열고 빠른 셔터스피드로 고양이를 찍도록 하자.
고양이 촬영은 조리개우선모드(AE)가 편해요!
위의 빠른 셔터스피드 이야기와 이어지는 이야기. 실내에서 빠른 셔터스피드를 확보하려면 고감도의 ISO와 함께 조리개는 최대로 열어야 한다. 보통 요즘 똑딱이도 최대 조리개값 2.8~4.0 정도까지는 지원하니 수동모드가 된다면 조리개우선모드(AE)를 선택, 조리개는 최대한 개방하도록 하자. 그럼 고양이가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셔터스피드가 선택되고, 연사를 할 경우 안 흔들린 사진을 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빛이 많은 실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실내에서보다 고양이가 순식간에 도망칠 가능성이 많기에 조리개 셔터스피드 조절을 하다간 좋은 장면을 놓치기 일쑤! 야외에서 조리개를 개방할 경우, 셔터스피드는 고양이의 움직임을 확보하기에 넘칠 만큼 확보되므로 조리개우선모드를 해놓고 고양이를 포착하자마자 딴 생각 말고 재빨리 셔터를 누를 것!
플래시는 금물!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해요!
빛이 부족한 실내의 경우, 대부분 빛이 확보가 안 되니 자동으로 플래시가 터지거나 의도적으로 플래시를 터뜨리기 마련인데 그런 경우 사진도 허옇게 떠버리고, 성질 예민한 야옹씨 같은 경우 자신을 해코지하는 줄 알고 '할큄질'을 할 수도 있다. 익숙하다 하더라도 눈앞에서 불이 번쩍 터지는데 고양이가 불쾌해할 건 당연한 이치. 내장플래시 말고 외장플래시를 사용해도 마찬가지. 정 플래시를 사용하고 싶다면 천장이나 옆벽에 바운스를 해 고양이가 직접적으로 빛을 받지 않도록 한다. 야외에서 흰옷을 입으면 고양이를 거의 찍을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 맑은 날 흰옷은 햇빛을 반사되어 빛나기 때문에 고양이가 경계해 도망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야외에서 고양이를 찍을 땐 검정색이나 쥐색 같은 어두운 계열의 옷이 낫다.(쥐색 옷을 입으면 고양이가 왠지 겁을 안 먹을 것 같기도^ㅅ^;;)
고양이의 성격과 행동패턴을 관찰해요!
고양이도 저마다 성격이 다 있다. 드물지만 간혹 "지가 강아지"인줄 아는 녀석들도 있으며 사진기에 유달리 집착하는 녀석도 있기 마련. 집에서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 고양이라면 아마도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게 뭔지, 습관이 뭔지는 파악하고 있기 마련. 사진을 찍을 때면 최대한 고양이가 좋아할만한 음식이나 놀이기구를 이용하면 훨씬 수월하다. 야외의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의 길냥이들은 사람들을 무척 경계하지만 그렇기에 음식이나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면 사진을 찍을 확률이 높아지고, 동네 고양이라면 그 녀석이 산책하는 시간이나, 경로를 파악해놓고 그 시간에 미리 잠복한다면 또 사진을 건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달리 유독 일본이나 태국의 길거리 고양이들은 사람을 겁내지 않는 편이니 그쪽으로 여행을 간다면 꼭 고양이 사진을 맘먹고 찍어보도록 하자.
고양이는 빛을 비스듬히 받게 찍으면 이뻐요!
선배네 집에 놀러가서 찍었던 새끼고양이.
사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뒤부터는 고양이를 기른 일이 없기에 대부분 길거리 고양이들을 찍게 되는데
길거리 고양이들을 찍다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가듯 일상적인 모습을 찍기 좋아하는데
딱히 이유가 있다기보단 대부분 시선을 안 주거나 아예 상대도 안 하기 때문...-ㅅ-;
특히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일본 고양이들은 곁에서 사진을 찍어도 전혀 아는 체도 안함.
눈길 한번 안주며 털손질에 열중하느라 찍는 사람 "존재감 상실"의 모욕감을 느끼게 해줬던
시선을 주는 시간은 정말 잠시!
뻔히 사람 있는 걸 알면서도 눈 앞으로 휙~ 지나가는 고양이 아저씨.
이럴 땐 정말 존재감 상실이다ㅠ.ㅠ 그래도 동선이 느껴져 좋아하는 사진^^
"허락받고 찍어!!!"
가끔 의외의 장소에서 고양이랑 눈길이 마주치곤 하는데 그럴 땐 재빨리 셔터를 누르는 게 좋다.
보통 이렇게 빤히 시선을 마주치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겁이 많은 고양이들.
뭐 가끔 '반짝반짝' 기대에 찬 눈으로 계속 응시하는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이런 사진을 찍을 확률은 극히 드물고.
"나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해 최대한 스마일~해보지만
그래서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 사진은
이렇게 고양이와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일상적 풍경.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 맡긴 격"이라더니 고기 가공하는 작업대 밑에서 부스러기 떨어지기라도 기다리는걸까?^^
아무튼 고양이는 참으로 흥미로운 피사체.
우리 모두 즐겁게 야옹씨들 한번 찍어봅시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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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뭐 고양이가 이럴 일이야 있겠냐만
고양이에게 무리한 스트레스를 주면서까지 사진은 찍지 말자^^;
사실 한국의 길냥이들은 무척 불쌍한 녀석들.
예전에 유기고양이들을 데려다 수십마리를 한꺼번에 키우는 분을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
길거리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서 끼니를 떼우다 보니 대부분 신장염으로 죽는댄다.
고양이의 신장은 사람이 먹는 짜고 매운 '간을 한' 음식에 쥐약이라니...
쓰레기 봉투에 음식물 담아버리는 일은 가급적 안 하는 게 좋다.
거기다 '로드킬'도 부지기수! 평균 수명이 2년도 안 된다니,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 밥은 못줄 지언정 해코지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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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일러스트 :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씨(http://woosra.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