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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구생활-아시아

소설 [남쪽으로 튀어]의 천국의 섬, 일본 이리오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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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를 보면 주인공인 지로네 가족이 도쿄를 떠나 정말 "남쪽으로 튀는" 섬이 등장합니다. 국가에 반항해 일을 하지 않던 지로네 아버지가 일을 하게 되고, 실제로 도쿄에서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던 삶을 살던 지로네 가족이 진솔한 일상의 기쁨을 알게 되는 낙원과도 같은 섬이지요. 바로 이리오모테(西表島)란 섬입니다.

이리오모테섬은 일본 본토에서 한참 남서쪽으로 떨어진 오키나와섬에서도 500km 가량 더 가야 하는 머나먼 섬인데 섬의 대부분이 정글이라 자연과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섬입니다. 예전부터 사람이 살긴 했지만 열대에 가까운 기후 때문에 말라리아 등의 풍토병이 많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말라리아를 쉽게 치료할 수 있다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치명적인 병이다 보니 사람이 정착하기 힘들었겠죠.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데다 육지로부터 거리도 멀고, 해류나 바람 등이 외래종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했기 때문에 이리오모테에는 이 섬에만 사는 특이한 동,식물들이 무척 많습니다. 만화 [블랙잭]이나 [아즈망가 대왕]에 등장해 유명세를 치른 '이리오모테 산고양이'도 수백 만 년 간 이 섬에서만 살아온 특이한 동물이지요.
(※이리오모테 섬은 일본이라지만 실제로는 대만이나 중국에 훨씬 가까운 섬입니다. 오키나와를 수도로 한 류큐 왕국의 일부였지만 19세기 말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결국 독립을 못하고 일본 영토가 되어버린 아픈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리오모테 섬은 사람보다는 자연의 생명들이 살아가기 좋은 곳입니다. 크기는 서울 절반만한 제법 큰 섬이지만 현재 인구가 2,000명이 채 되지 않고, 쇼핑을 하거나 술을 먹을 수 있는 유흥가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북쪽의 우에하라항과 남쪽의 오오하라항 두 곳의 항구 말고는 사람 구경하기조차 힘들 정도지요.

 그렇다면 이리오모테 섬은 "여행 가기엔 좋은 곳이 아니다"란 결론을 내릴 만도 하지만, 당연히 천만의 말씀! 일본인들조차도 이 섬을 평생 꼭 가보고 싶은 최고의 섬으로 꼽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거든요. 이리오모테 섬의 여행 포인트는 바로 앞서 이야기한 자연입니다. '새끼 낳는 나무'인 맹그로브가 가득한 강을 따라 즐기는 카약은 물론, 고대 초식공룡들이 주요 먹잇감으로 삼았던 거대 양치류들이 가득한 정글 속을 탐험하는 트래킹,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사는 바다에서의 스쿠버다이빙까지, 이리오모테 섬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에코 투어를 하기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사실 에코 투어 외에는 특별한 즐길 거리가 없기 때문에(아! 특별할 것은 없지만 일본 최남단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온천을 즐길 수는 있겠네요.^^) 실제로 이리오모테 섬을 찾는 여행객의 대부분은 에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라지요. 이렇게 잘 보존된 자연이 지역의 관광자원이 되다 보니 섬에는 특별히 고급스러운 리조트나 관광단지가 없습니다. 그런 걸 만들려면 자연이 훼손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리오모테 섬도 개발의 손길이 안 닿은 것은 아닙니다. 이리오모테 섬이 관광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70년대, 일본의 대기업들이 이 섬을 그냥 놔 둘 리는 만무했겠지요. 본토의 기업인들이 섬에다 큰 도로도 만들고 대형 리조트를 지으려는 시도를 했는데, 그런 공사 때문에 실제로 자연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예민한 이리오모테 산고양이 같은 경우 당시 개체수가 확 줄어버려 급기야 1970년대 1급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하지요.


섬의 토박이이자, 일본에서 에코 투어리즘의 창시자로 인정받는 이시가키 긴세이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섬에 살던 토착민들도 처음에는 대형 리조트 같은 관광시설이 들어서면 보상금도 받고, 관광객도 많이 찾아올 테니 좋아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잃는 게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왕 관광자원개발을 한다면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자활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적인 여행을 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펼친 끝에 기업의 경제적 이득만 취하려는 무리한 개발을 막아냈다고 해요.(소설 [남쪽으로 튀어] 2권에도 이리오모테 섬으로 이사한 지로네 가족이 섬을 개발하려는 거대 권력과 맞서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은 이리오모테 섬 지역이 자연유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개발금지법까지 제정되었을 정도니 그간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셈인데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의 방문까지 막는 게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섬을 찾은 사람들이 섬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갈 수 있도록 한 에코 투어를 개발하면서 섬 주민들의 생계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자연은 보호하면서 경제적 이윤도 얻는 슬기로운 타협점을 찾아낸 것이지요.(국민의 소리는 무시하고 무조건 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에 시사하는 바도 많을 듯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이 여행의 콘셉트라고 한들, 철저한 관리와 시스템이 없으면 자연은 훼손될 수밖에 없기 마련일 텐데요. 그래서 섬에서 진행되는 에코 투어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전문 가이드의 지휘 아래 이뤄집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이드는 섬 토박이거나 외지인이라면 섬에서 최소 3년 이상 살아야 자격이 주어질 정도로 전문성을 강조합니다. 쓰레기를 버리거나 식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일절 금지되고, 심지어 정글 속에서는 담배도 필 수 없습니다.(없다기보다는 담배를 필 수 없는 분위기랄까나요^^;)

또한 도로가 있거나 큰 강이나 먼 바다를 이동할 때를 제외하고, 본 프로그램에서는 일절 가솔린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롯이 인간의 체력만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강을 이동할 때는 노를 젓는 카약으로, 정글을 이동할 때는 당연히 걸어서 이동하겠지요. 모든 에코 투어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공해와 소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이 찾지만 자연은 거의 훼손되지 않는답니다.

실제로 섬에서 에코 투어 프로그램을 참여하면 몸은 무척 힘들지만, 여느 여행과는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노를 저어 이동을 하고, 인공적으로 만든 길이 아닌 자연 속의 길을 걷다 보면 자연의 위대함을 느낌과 동시에, 편리한 물질문명에 익숙해져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자신만의 에너지를 발견한다고 할까요. 그렇게 혼자의 힘으로 길을 가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자연 속 동,식물들과의 만남은 그렇기에 더욱 더 감동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섬의 주요 여행포인트가 자연이긴 하지만 섬 고유의 문화유산과 풍속도 중요한 여행포인트입니다. 이렇게 지속성과 보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섬인만큼 옛 류큐 왕국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이 잘 살아있어서 섬 곳곳에서 많은 유적들과 풍물을 만날 수 있고, 사람들 역시 왠지 '깍쟁이' 같은 느낌이 드는 일본 본토 사람들과는 달리 무척 순박하고 순수합니다.

이리오모테 섬에는 살인, 강도는 물론 좀도둑조차 거의 없어서 굳이 문단속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치안이 좋습니다. 워낙 고립된 섬이다 보니 범죄를 저지르면 도망갈 곳이 없기도 하지만, 섬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처럼 서로를 신뢰하고 챙겨주기 때문이지요. 본토에서 온 외지인은 물론 여행객들에게도 한결같이 정겹게 대해주는데 일본에서 이런 순수한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정말 드물겠지요.

자연을 만끽하는 낮도 즐겁지만 이 지역 전통소주인 아와모리와 함께 현지 주민과 여행동료들과 함께 흥겨운 술판이 펼쳐지는 밤도 잊지 못할 이리오모테 섬의 기억일 겁니다. 아름다운 바다도, 울창한 정글도, 신비한 동식물들도, 그리고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까지도! 소박하지만 다른 여행지와는 차별되는 매력을 가진 이리오모테 섬. 정말 쳇바퀴 돌듯 흘러가는 일상과 빡빡한 현실의 삶에 지친 분들께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멘트와 함께요. "남쪽으로 튀어!"^L^






참! 이리오모테 섬은 어떻게 가나요?
일본 본토에서도 멀리 떨어진 섬인만큼 가는 방법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먼저 인천공항에서 오키나와 나하공항까지 2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와서, 또 50분 가량 비행기를 타고 이시가키 공항까지 갑니다. 이시가키는 이리오모테 섬을 비롯한 일본 남쪽의 섬들이 모여있는 아에야마 제도의 중심 섬으로 공항에서 택시로 5분 거리에 큰 여객 터미널이 있습니다. 거기서 한 시간 간격으로 있는 고속 페리선을 타고 한 40분 가량 들어가면 이리오모테 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민박이나 여관 등이 많은 우에하라 항으로 가는 배를 타면 훨씬 편한데 파도가 높은 날에는 우에하라 항 쪽은 결항이 되기에 부득이하게 섬 반대편의 오오하라 항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야 합니다. 배는 미리 예약할 필요 없이 여객 터미널에 도착해서 시간을 확인하고 티켓을 끊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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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씨(http://woosr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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