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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구생활-아시아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 캄보디아 앙코르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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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 캄보디아 앙코르톰 유적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은 유적을 보는 기분이란 어떨까요? 고도로 발달된 컴퓨터 그래픽 덕분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실감나게 봐온 우리들이지만, 아주 먼 옛날, 만들어진 미스터리 투성이의 유적을 보는 기분은 참으로 묘합니다. 페루의 마추픽추니, 멕시코의 이라 피라미드니,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 등등...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지정된 미스터리한 유적들이 그러한 곳일 텐데요.

세계 7대 불가사의에는 그 이름을 한번도 올리지 못했지만 그 면면을 보고 나면 꽤나 미스터리한 기분이 드는 유적이 있으니 바로 캄보디아 씨엠립에 있는 '앙코르톰'이에요. 캄보디아의 대표적 유적 하면 모두들 '앙코르와트'를 꼽지만 앙코르와트 너머 훨씬 거대한 자태를 숨기고 있는 앙코르톰이야말로, 11~13세기 번영했던 고대 크메르 문명의 신비함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유적이자 씨엠립 여행의 백미랍니다.

앙코르와트가 신을 모시는 사원이자, 왕국의 기반을 닦은 수르야바르만 2세가 자신의 영생을 위해 건축한 무덤이라면, 그보다 50년 뒤 자야바르만 7세가 건설한 앙코르톰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계산되어 만들어진 계획도시입니다. 12~13세기 당시 중국의 원나라조차 그 세력을 주시했을만큼 번성한 크메르 왕조의 전성기 때 수도로서, 수십만호의 백성들과 성직자, 그리고 당시 인도차이나 반도를 휩쓸고 다니던 자야바르만 7세의 막강한 군대가 주둔하던, 당시 세계에서도 손꼽을만한 거대한 도시였지요.



이렇듯 고도의 계획도시였던 앙코르톰에 대한 문헌 기록은 캄보디아에는 현존하지 않으며, 1296~1297년 캄보디아를 찾은 원나라의 사진 주달관이 기록한 기행기인 <진랍풍토기>에 당시 앙코르톰의 모습과 왕궁, 그리고 서민들의 생활 모습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는데요, 크메르왕국을 굴복시키고자 캄보디아를 찾은 원나라의 오만한 사신이 깜짝 놀랄 정도로 거대하고 이국적인 문명을 자랑했나 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이후 1861년 프랑스의 역사학자 앙리 무어에 의해 다시 앙코르 유적이 세상이 알려지기 전까지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보니 왜 이렇게 화려하고 강대한 문명을 이뤘던 크메르 왕국이 멸망했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15세기 초 지금의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으로 천도를 하는 바람에 옛 수도인 씨엠립이 폐허가 되었다는 게 정설인데, 이렇게 화려한 문명을 가진 왕국이 프놈펜으로 옮겨서는 제대로 된 유적 하나 남기지 못했으니 미스터리한 일이지요.

실제로 앙리 무어가 이쪽을 탐사할 때 이미 오래전 폐허가 되어버린 앙코르톰은 거대한 신들이 사는 지역으로 알려져 캄보디아 현지인들도 가기를 꺼리는 금단의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에야 관광지로서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심지어 <툼 레이더> 같은 영화의 촬영지였을만큼 세상에 알려진 곳이지만 불과 150년 전에는 울창한 밀림 속에 숨어있는,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땅이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지요.

오늘날, 앙코르톰을 방문하게 되면 왜 19세기 당시, 캄보디아 사람들이 앙코르톰이 거대한 신들이 사는 땅이라고 생각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거대한 유물들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유물들이 하늘에 우뚝 솟아있는 바이욘 사원을 비롯해,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가 신비한 모험을 펼치던 타프롬 사원까지, 관광지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금이라지만, 세월의 더깨가 덧씌워져 오히려 더 미스터리한 모습을 보여주는 앙코르톰과 앙코르톰 인근의 유적을 지금부터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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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톰을 들어가는 가장 일반적인 루트는 남문을 이용하는 것.
앙코르톰은 정확히 정방형으로 건설된 도시라 동서남북 네 개의 문이 있는데
이 남문에서 힌두교의 '유해교반' 신화가 담긴 조각상들을 볼 수 있어 일반적인 유적 관람길의 입구가 되었다.




앙코르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남문에는 거대한 거인상이 새겨져있다.
마치 거인들이 살고 있는 금단의 땅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ㅅ+;;
이 거인상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래 사진에서! 




앙코르톰 남문을 지나면 앙코르톰 유적의 핵심이자 가장 인기가 높은 바이욘 사원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거대한 큰바위얼굴들이 가득한 사원이다.




바이욘 사원은 크메르 왕국의 전성기를 이룬 자야바르만 7세가 "여기가 세상의 중심"이라며 세운 불교사원으로
사원 곳곳에 새겨놓은 거대한 큰바위얼굴은 다름아닌 자신의 얼굴이다.
세상의 중심에 자신의 얼굴을 새긴 만큼 곧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자신감과 절대권력의 상징인 셈.




바이욘 사원의 주위 벽에는 당시 크메르 왕국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벽화부조들이 가득한데
그 표현이 무척 세밀하며 당시 주민들은 물론 참족, 중국인 등 주변국의 사람들에 대한 묘사까지 정확해 역사적 가치가 높다.
사진은 12세기 당시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투계'를 묘사한 그림. 당시부터 '닭싸움'이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지.




사원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불교사원인 바이욘에 힌두교의 신인 '시바'가 새겨져있다는 것.
불교신자였던 자야바르만 7세가 이 사원을 무(無)에서 만든 게 아니라,
힌두교를 믿던 선대 왕이 지은 사원 위에 다시 불교 건축물들을 세웠음을 알 수 있는 증거다.
이처럼 캄보디아는 불교와 힌두교가 혼재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어쨌거나 바이욘 사원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자야바르만 7세의 큰바위 얼굴들이다.
하늘을 지를 듯 높게 솟아오른 탑에 있는 얼굴들이 위압적이고 근엄한 표정이라면...




사람들이 시선을 맞출 수 있는 나즈막한 땅 위에 새겨진 큰바위 얼굴들은 입꼬리가 올라간 자애로운 미소를 가지고 있다.
자야바르만 7세는 장군 출신으로 기존 왕족들에게 정통성 논란을 많이 겪었다는데,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왕족과 귀족들에게는 절대권력을 가진 신과 같은 왕이지만,
백성들에겐 자애로운 왕이라는 점을 피력하려는 자야바르만 7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름하야 '앙코르의 미소'라는 이 자애로운 미소는 외국인 관광객에도 교감을 나눌 기회를 준다.
정말이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미소.




"백성들이 편하게 살고 있는지 언제나 지켜보겠다"는 것처럼
어디서 보든 눈이 마주치는 각도에 푸근한 미소를 띄우며 있는 임금님의 큰바위 얼굴이지만,
오랜 전란의 휴유증으로 현재의 캄보디아 국민들의 삶은 그다지 풍족하지 않으니...
역사는 언제나 영웅의 뜻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자신의 얼굴로 이렇게 신비한 유적을 만들어주신 덕분에 후세의 국민들은 나라는 빈곤할 지언정,
이렇게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으니 진심으로 오래전 임금을 칭송할 만도 하다.
사진은 바이욘 유적 내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전통복장을 한 채 기념촬영을 하고 돈을 받는 소녀들.




신비한 자야바르만 7세의 미소를 뒤로 하고 드넓디 넓은 앙코르톰의 유적들을 하나하나 둘러본다.
사진 속의 건물은 천상의 사원으로 불리는 '피미아나까스'.
13세기 앙코르톰을 찾은 주달관의 기록에 따르면 "왕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 탑에 올라
젊은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뱀의 정령과 동침을 한다"고 적혀있고...
"그 임무를 하루라도 거르면 나라에 재앙이 온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ㅅ+;;
정말이었다면 그 이유 때문에 거대한 왕국이었던 크메르 왕국이 망했던 걸까.

 


어쨌거나 태양이 작렬하는 뜨거운 한낮, 넓은 앙코르톰을 다 둘러보긴 쉽지가 않다.
실제로 앙코르톰 외에도 수없이 많은 크메르 왕국의 유적을 다 보려면
한달로도 부족하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그래도 빼먹을 수 없는 곳은 왕의 개선문이자 군대의 사열을 받았던 '코끼리 테라스'
정말로 왕이 근엄하게 사열을 받았을 테라스 앞에는 거대한 평지가 펼쳐진다.
여기서 수많은 군사들과 코끼리 부대가 내지르는 승리의 함성을 들었으려나.




화려한 승리의 팡파레를 울리던 영광의 장소는 그러나 현재...
근처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도로가 생기고 정확히 '삼거리'가 생겼다.
이제는 '코끼리 테라스'가 아니라 '코끼리 삼거리'인 셈.




코끼리 테라스를 뒤로 하고 또 절대 빼먹으면 안되는 유명한 유적으로 발길을 향해야 하니
바로 <툼 레이더>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타프롬' 사원이다.
앙코르톰을 건설한 자야바르만 7세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건축한 사원으로
이 사원의 입구에도 떡하니 자신의 큰바위 얼굴을 세워놓았다.
자신의 외모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었던 임금님이었나 보다.^^




타프롬 사원은 그 유적의 의미보다는 세월이 만들어낸 현재의 기괴하고 신비한 모습으로 유명한 사원.
사진에서처럼 기괴한 나무들이 사원 곳곳에 뿌리를 박고 있다.




"건물을 잡아먹는 나무"로 악명이 높은 스펑나무는 수백년의 세월 동안 뿌리를 내리면서
거대한 힘으로 사원들에 압박을 가해 유적들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 스펑나무는 너무 딱딱해 잘 베어지지도 않으며 또한 베어봤자 목질이 휘어 가구나 땔감으로 쓸모없는 나무.
게다가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해 불에 잘 타지도 않아, 이 나무를 죽이려면 독극물을 주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유적의 훼손을 걱정한 학자들이나 관리들이 나무들을 송두리째 없애버리자 주장한 적도 있었으나
현재는 이 나무들이 수백년 동안 사원을 무너뜨린 모습도 역사의 현장이니 그대로 놔두자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별다른 조치없이 건물을 잡아먹는 나무와 유적들이 공존하고 있는 상태.




그러다 보니 여전히 이 나무들로 인해 유적들이 무너지고 훼손되는 상황이나
사진에서처럼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기막힌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나무 뿌리 사이에 자애로운 미소를 띄고 있는 부처의 얼굴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라기도!!!+ㅅ+;;




거대한 나무들로 인해 빛도 잘 안 들어오는 사원에서 보는 오래된 유적들의 모습은 애처로운 가운데 무척 신비롭다.




도심에 있다면 작은 빌딩 하나도 무너뜨릴 듯한 거대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의 위용은 실로 무시무시해
나무 귀신의 원조인 서양의 '사이프러스'를 능가하는 공포감까지 느껴진다.




수백년의 세월동안 건물과 아예 하나가 되어버린 듯한 저 밀착감이라니...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 스펑나무를 악마의 나무라 부를 만도 하다.




그러나 "나무를 죽이지 말고 그냥 유적과 함께 자연스러운 상태로 보존하자"는 쪽의 주장도 수긍이 가는 게,
무시무시한 외모 가운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신비한 매력도 느껴진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한 덩어리였던 것처럼 타프롬의 사원과 일체가 된 모습을 보면,
나무가 자라난 기나긴 세월이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독특한 예술품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지.




어쨌거나 자야바르만 7세의 큰바위 얼굴과 건물을 잡아먹는 스펑나무가 가득한 앙코르톰의 유적들을 보고 나면 하루가 후딱!
마치 '이상한 나라'를 다녀온 듯한 신비감을 뒤로 하고 그 옛날 왕이 휴식처로 애용했다던
앙코르와트 뒷편의 아름다운 호수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전히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는 앙코르톰 여행을 마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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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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