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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구생활-아시아

물의 정령이 추는 천상의 춤, 캄보디아 압사라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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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수많은 민속무용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가면 꼭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무용이나 공연을 구경하곤 하는데, 역사와 종교,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전통무용은 그 나라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주는데, 외국인들에게 전통무용은 그 나라를 상징하는 시각적 심벌로서 존재가치가 높다.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관광 책자에 부채춤 같은 전통무용이 항상 큼지막하게 들어가는 것을 보면 전통무용의 시각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기억에 남는 전통무용이 많이 있는데 일본의 '가부키'나 '노', 중국의 '변검'(순식간에 가면을 바꿔 쓰는 무용), 그리고 캄보디아의 '압사라 댄스'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최근 씨엠립에서 관람한 캄보디아의 압사라 댄스는 그 아름다움에 완전 매혹당해 버려 여행을 다녀온 후 이 춤이 어떤 유래를 갖고 있는지 각종 서적과 사이트를 뒤져 따로 공부를 할 정도인데, 시각적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춤에 내포된 신화와 역사 이야기도 매혹적이다.

압사라 댄스의 '압사라'는 크메르어로 "물 위에서 태어났다"라는 뜻으로, 인간도 신도 아닌 물의 정령을 뜻하는 말이다. 서양의 신화로 치자면 요정과 같은 존재인 압사라는 그 외모가 무척이나 매혹적이라! 캄보디아의 대표 유적인 앙코르와트에 새겨진 압사라들의 부조는 천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 봐도 뭔가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매력이 있다. 묘하게 몸을 꼰 매력적인 자태는 물론이요, 풍만한 가슴(+ㅅ+;;)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사람의 맘을 편하게 해주는 부드러운 미소는 앙코르와트를 찾은 수많은 남정네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정도.

돌 위에 새겨진 조각만으로도 이렇게 매혹적일지언데 이 압사라들이 직접 추는 춤은 또 얼마나 매혹적이겠으랴. 10세기 이전 고대 크메르 왕조에서 신성한 천계의 춤으로 탄생한 압사라 댄스(공식 용어는 '로밤'이란다)는 오로지 절대권력을 지닌 왕만이 볼 수 있는 춤이었다. 그렇기에 고대 크메르 왕국에서 압사라 댄스를 추는 무희들은 최고의 미모를 뽐냈으며 신성한 임무를 지녔기에 결혼도 할 수 없었고 죽을 때까지 왕궁에 거주해야만 했단다.  이런 '고귀한' 춤을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우리들은 이제 여행만 가면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어쩌면 황송하기까지 한 일이다.^L^

압사라 댄스는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태국, 라오스, 미얀마를 비롯한 인도차이나 반도의 여러 전통무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캄보디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이 춤을 연구하고 전수하고 있는데 앙코르와트에 새겨진 압사라 부조의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샅샅이 조사해 반영할 정도로 그 고증과 관리가 철저하다. 춤동작은 느릿느릿하나 무척 섬세하며, 손동작 하나하나에도 고유의 의미가 있을 정도로 쉽게 배우기 힘든 고난위도의 춤이라고. 춤에 담긴 의미나 이야기 등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직접 공연을 관람하며 찍어온 생생한 사진들을 보며 압사라 댄스의 매혹적인 자태를 감상해 보도록 하자.




압사라 댄스의 원류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유적인 앙코르와트 곳곳에
새겨져있는 압사라 부조에서 찾을 수 있다.
무려 1,500개가 넘는 압사라들이 새겨져 있는데 천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들이 많다.




압사라 부조의 백미는 압사라들의 신비한 표정이다.
하나하나 다 표정이 미묘하게 틀린데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신비한 미소를 보면 묘하게 맘이 편해진다.




크메르 문명의 또다른 거대한 유적인 앙코르톰에도 수많은 압사라들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정적인 자세가 대부분인 앙코르와트의 부조에 비해 바이욘 사원을 비롯한 앙코르톰의 압사라들은
역동적인 춤 동작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관절을 꺾은 기묘한 춤사위가 인상적이다.




압사라는 알고 보면 힌두교의 탄생신화인 '바가바타 푸라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태곳적 으르렁거리며 싸우던 신과 악마들에게 우주의 신이자 중재의 신인 비슈누가
싸움을 멈추고 함께 힘을 합쳐 천년동안 젖의 바다를 저으면
불사의 몸이 되는 '감로수(암리차르)'를 주겠다 약속한다.
떡밥도 이런 떡밥이 있겠으랴! 영원불멸의 생명을 미끼로 신과 악마들은 정말로 젖의 바다를 젓게 되는데
압사라들은 바다를 젓는 과정에서 생긴 수많은 거품과 물방울에서 탄생한 정령이라고 한다.
힌두 탄생신화의 정수인 압사라가 오늘날 세계에서도
독실한 불교국가인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심벌이 된 것도 독특한 일이지만
원래 힌두교와 불교는 그 철학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한다.
사진은 앙코르와트의 한 회랑에서 담은 승려와 압사라 부조가 함께 한 풍경.




압사라 신화는 오랫동안 전승되면서 옛날 크메르 왕국에서 춤과 의식으로 승화하게 되는데
왕만 즐길 수 있었다던 천상의 무희들이 추는 춤이 압사라 댄스다.
오늘날에도 야간에 앙코르와트에 가면 해자 주위에서
펼쳐지는 압사라 무희들의 신비한 춤사위를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앙코르와트의 압사라 댄스공연이 항상 있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압사라 댄스를 구경하고 싶다면
씨엠립 시내의 전통무용공연 레스토랑들에서 저녁 식사와 함께 즐기는 게 좋다.
우리 돈으로 1만~2만원 정도면 맛있는 저녁부페와 함께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가량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압사라 댄스의 백미는 사뿐사뿐 펼쳐지는 가벼운 춤사위에 있다.
느릿느릿하지만 무척 섬세하고 무희들의 표정도 예사롭지 않다.




화려한 화장과 의상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또한 압사라 무희들은 유독 눈에 띄는 미녀들이 많다+ㅅ+




금빛 의상과 원색의 꽃, 그리고 화려한 악세사리들은 눈을 현란케 하고...




마치 꽃이 만개하듯 섬세하게 펼쳐지는 무희들의 손동작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를 어째!"
우쓰라씨의 경우, 사진찍기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압사라 댄스의 매혹에 푹 빠져버리더라.^-^;




아무튼 저녁 식사와 함께 펼쳐지는 압사라 전통공연은 캄보디아 여행에서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필견 코스.
전문 레스토랑들 외에 호텔 등의 홀에서도 정기적으로 공연이 펼쳐지니
미리 공연 정보를 파악해 호텔에서 편하게 즐기는 것도 좋다.




압사라들은 워낙에 대표적인 캄보디아의 상징이기 때문에 앙코르와트, 바이욘 사원을 비롯한 
유적 곳곳에서 이들의 분장을 하고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소녀들도 많이 접할 수 있다.
물론 함께 사진을 찍으면 기본 1달러를 내야 한다.-ㅅ-;




뭐니뭐니해도 캄보디아에서 관람할 수 있는 압사라 댄스의 압권은
야간개장한 앙코르와트에서 구경하는 공연이다. 20달러를 내면 밤에도 앙코르와트를 구경할 수 있는데,
야간에도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 잘 안 알려졌는지, 아니면 20달러라는 입장료가 부담이 되서인지
낮에는 인산인해를 이루던 앙코르와트가 밤에는 무척 한산해진다.
야간입장객들을 위해 밤의 앙코르와트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데 그 규모나 화려함이 상상초월이다.
특히 고대 크메르왕국의 왕실행사를 재현하는 공연은 캄보디아 문화와 역사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공연으로
실제 왕 앞에서 펼쳐지는 압사라 댄스의 화려함만으로도 20달러라는 입장료의 '뽕'을 빼고도 남는다.^L^




뒷편에 보이는 앙코르와트 탑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압사라 댄스는 정말이지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는데,
캄보디아에 간다면 불가사의한 유적들과 함께 꼭 봐야 할 "제대로 된 문화체험의 진수"다.
캄보디아 씨엠립에 가서 앙코르와트를 구경 안 할 여행객이 있겠냐만은
밤의 앙코르와트야말로 진정 환상적인 천년의 신비를 보여준다. "필견"하시길!!!^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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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http://woosr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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