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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구생활-우리나라

여행객들을 살찌게 만드는 전주의 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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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식욕을 가장 당기게 하는 도시는 어디일까? 뭐니뭐니해도 맛의 고장, 전북 전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주'란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인데 어디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겠으랴.

전주의 음식과 관련된 예전의 일화 하나를 소개하자면, 대학시절 절친한 친구와 둘이서 전국일주여행을 하던 중 들른 전주의 한 여관에서 전날 진탕 술을 먹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밖에 나가기 귀찮아 그냥 식사배달을 시켰더랬다. 3,000원짜리 백반 두개를 시켰을 뿐인데 잠시 뒤 인근의 식당에서 보내온 커다란 두 개의 쟁반 위에는 "에이구머니나!!" 찌개가 두개요, 고기볶음, 꼬막무침, 나물무침, 김, 곁절이 등을 비롯한 기본 반찬이 구첩이요, 오징어젓갈, 명란젓갈 등 젓갈이 다섯가지요, 아침이라 속풀이하라고 서비스해준 걸쭉한 모주 두잔까지! 이건 뭐 3,000원을 내고 먹기에 황송할 정도로 거창한 밥상이 아닌가! 게다가 맛은 또 어떻고! 인공조미료 하나 쓰지 않은 질박하면서도 감칠나는 맛에 그 많은 양의 반찬과 찌개를 싹싹 비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전주는 그토록 여행자에게 음식에 있어 관대하고도 행복한 고장이라. 해마다 열리는 전주영화제에 갈 때면 영화보다는 전주에서 즐길 맛과 술의 향연이 더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주가 음식만 좋은 건 또 아니란 말씀!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인만큼 먹거리 외에도 전주만의 명소와 즐길거리가 제법 많다. 항상 전주에 갈 때면 먹고 마시고 즐기느라 제대로 남겨온 사진이 별로 없어 그 진면목을 다 소개할 길이 없는 게 아쉬울 따름. 그나마 정신줄 잠깐 챙겨놨을 때 간신히 챙긴 사진 몇 장과 함께 전주의 맛과 멋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포스팅을 하다보니 언제 한 번 맘먹고 전주 가서 제대로 사진을 찍어와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네.^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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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넓지 않은 전주시내 유람의 중심은 아무래도 맛집과 멋집이 모여있는 전주한옥마을 되시겠다. 전주시외터미널에서 차로 15분 쯤 걸리는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조성된 한옥마을 초입에 도착하게 되면 곧바로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사진 속의 전동성당. '전동성당'은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의 촬영장소로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미로 유명하다.

1914년 완공되었을 정도로 오랜 건물이기도 하며,  날카로운 고딕 양식이 아닌 부드러운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져 전체적으로 푸근하고 온화한 느낌을 준다. 한옥마을에 가면 필수로 볼 수밖에 없는 전주의 랜드마크이자 명물이기에 내부도 꼭 한번 들어가 보자. '전동'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여기에 전라감찰사가 머무르는 전라감영이 있는 동네라 해서 생겼다고 한다.

 


전주시민들에게는 몰라도 전주를 찾은 관광객에게 전주한옥마을은 명실상부 전주를 대표하는 마을이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에게 전주의 중심부인 중앙동과 다가동의 상권을 빼앗긴 전주상인들이 외곽의 교동과 풍납동에 모여 촌락을 만든 게 한옥마을을 유래란다.

현재는 전주시가 집중적으로 이곳을 관리, 개발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구경하기 좋은 곳. 고래등 같은 기왓집에서 즐기는 정통한식에,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오밀조밀한 분식집까지 먹거리도 풍부하고, 워낙 조경이 잘 되어 있어 쉬엄쉬엄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다.

 


말끔하고 세련되게 조성된 한옥마을의 메인 거리도 좋지만 우쓰라씨는 오래전부터 삶이 살아숨쉬는 허름한 골목 구경하기를 더 좋아해요. 전주의 변두리 골목은 허름한 가운데 왠지 모를 운치가 있어, 생수 한 통 끼고 발길 닫는 데로 이골목 저골목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종 마주치는 고양이와 강아지, 꼬마들은 물론 누군가가 그렸을 담과 벽의 벽화까지... 전주의 골목에는 낯선 도시를 찾은 이방인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정겨움이 살아 숨쉰다.

 


전주는 익히 알려진 대로 예향의 도시. 예로부터 이름난 명창과 예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도시 곳곳에서 번뜩이는 예술의 재치를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매년 전주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 주변의 한 건물 벽에 그려진 벽화. 단순한 벽화라고 치부하기엔 재치와 그 디테일이 상상 이상이다. 전주는 이처럼 도시 곳곳이 예상치 않은 볼거리로 가득한 곳.

 


전주한옥마을에서 조선시대 전통한옥의 건축양식을 보긴 어렵다. 대부분 근대에 지어진 것이기 때문에, 진짜 한옥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인근의 구례나 하동 같은 시골마을을 가는 게 좋다. 대신 전주한옥마을에서 묘미는 새로 지어진 깔끔한 한옥에서 즐기는 한정식이나 갤러리 등의 문화체험이다. 으뜸가는 세도가의 집안을 상징하던 아흔아홉칸짜리 고래등 같은 저택은 구경할 수 없어도 현대의 기술이 접목된 세련된 한옥 구경하는 맛도 제법 쏠쏠하다.

 


전주는 전주국제영화제 말고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종이로 유명한 고장이라 전주한지축제가 열리지요, 조선시대 약재상들이 많이 모여 있던 고장이라 전주 약령시대전이 열리지요, 예향의 고장이라 해 판소리며 각종 광대들의 전통공연들을 선보이는 전주대사습놀이와 풍남제까지 열리니 시기를 잘 맞춰 전주에 간다면 영화 뿐 아니라 다양한 전주의 멋과 맛을 즐기고 갈 수 있다.

 


전주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아무리 많다 하지만 역시 전주의 으뜸은 먹거리다. 정갈하고 기름진 각종 반찬과 즐기는 한정식도 좋고,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먹는 전주비빔밥도 감칠나지만, 우쓰라씨는 뭐니뭐니해도 이 콩나물국밥이 최고로 좋아요! 술이 무르익는 전주의 밤, 밤마다 술을 먹느라 다음날 아침이면 아리아리 뭉게진 속도 이 콩나물국밥 한 뚝배기면 금방 회복될 정도로 해장력이 뛰어나다.

뜨끈하고 칼칼한 육수에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의 감촉에다 짭조름한 새우젓의 향취를 느끼며, 거기에다 매콤하게 청양고추 얹힌 다음에 한술 뜨면 크아~ 우쓰라씨는 그냥 죽어버려요+ㅅ+;; 국밥과 함께 그 옛날 허구헌날 술퍼마시는 술꾼아들 속 달래기 위해 어머니들이 개발하셨다던 '술 깨는 술' 모주 한잔을 함께 걸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숙취가 말끔히 해소된다. 이렇듯 콩나물국밥과 해장술이 있기에 전주에서의 밤은 언제나 내일에 대한 걱정없이 술을 달리게 된다. 정말 술꾼들에겐 이보다 좋은 천국이 있으랴.^L^ 

 


어디 전주에 음식이 콩나물국밥 뿐이랴. 정말 길 가다 눈에 밟히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도 전주의 손맛은 실망을 시켜주지 않는데... 올해 전주영화제가 열렸던 5월의 낮은 꽤나 덥기에, 시원한 모밀이나 냉국수도 먹을만하다. 나름 '모밀 마니아'라 자부하는 터라 이제껏 수없이 많은 냉모밀을 먹었는데, 우연히 들린 이름모를 전주의 한 모밀집은 정말 평생 잊을 수 없이 시원하고 감칠나는 모밀맛을 선사하더라. 정말 전주의 맛은 사랑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전주의 식문화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독특한 퓨전 식문화를 창조하기도 하는데. 상추에 돼지갈비와 함께 김밥을 통으로 싸먹는 독특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직접 연탄불에 돼지갈비를 구워주는 고깃집들이 제법 많은데... 안 어울릴 것 같은 상추와 돼지갈비와 김밥의 조화가 기막히다. 상추 한쌈 가득히 우걱우걱 삼킨 다음 시원한 맥주 한잔 벌컥 들이키면 으아~ 또 우쓰라씨는 그 풍족함에 깜빡 죽어 버려요+ㅅ+;;

  


역시 음식으로 시작해서 음식으로 끝나는 우쓰라씨의 전주 이야기. 워낙에 전주 음식이 맛나기에 어쩔 수가 없고나^^;; 음식들이 워낙 맛있다 보니 나처럼 술 좋아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밤마다 거나하게 취할 수밖에 없는데 전주 술문화의 진수는 거창하게 좋은 데서 즐기는 음주가 아니라 허름한 식당이나 거리에서 부담없이 즐기는 정감어린 음주다.

특히 '가게맥주'를 줄여 부르는 '가맥'은 전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술문화. 구멍가게나 슈퍼 앞에다 탁자와 의자를 놔두고 즐기는 길바닥에서 즐기는 맥주인데... 시원한 밤공기와 함께 도란도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맥주맛이 예술이다. 그리고 가맥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가맥의 명물 '황태구이'. 황태를 연탄불에 노릇노릇 구워 독특한 간장소스에 찍어 함께 먹는데...

으아아! 이때까지 전주의 음식맛에 꿋꿋이 지조를 지킨 사람조차 여기서만큼은 호들갑을 떨 수 없을 게다. 정말 페스트리 빵처럼 결결이 뜯어지는 구운 황태살은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맥주와의 환상궁합이다. 아무튼... 먹을거리 술거리와 함께 깊어가는 전주의 밤은 정말 잊을 수없는 포만감과 행복함을 선사해 준다.^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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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지루박멸연탐구생활 우쓰라(http://woosr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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