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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탐구생활-베스트

우주에 대한 인류의 도전과 열정을 표현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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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대포에서 로켓이 발사되고 로켓은 대기권을 뚫고 우주공간을 날아 달에 박힌다. 달은 우스꽝스럽게도 번듯이 이목구비가 있는데 하필이면 로켓이 한쪽 눈에 박히는 바람에 눈물을 철철 흘린다…”

 

요즘 세상엔 코흘리개 유치원생들도 안 믿을법한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다름 아닌 100여년 전에 만들어진 한 영화의 도입줄거리다. 1902년 프랑스의 마술사 조르주 멜리어스는 최초로 영화를 만든 뤼미에르 형제의 성공에 자극받아 이 황당한 이야기를 담은 <달세계 여행(Le Voyage Dans La Lune)>이란 영화를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이 영화를 봤다는 것. 당시 유럽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로망이 열병처럼 퍼져있던 시기였다. 리빙스턴, 아문센, 피어리 등 탐험가들의 오지 정복은 호사가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화젯거리였다. 하물며 북극도 남극도 아닌 달에 가는 이야기라니 사람들의 관심이 오죽했겠으랴. 게다가 당시로선 파격적인 10분이 넘는 러닝타임까지.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볼만한 ‘꺼리’가 있었던 셈이다.


이 <달세계 여행>은 영화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허술하나마 스토리를 담은 최초의 극영화란 점(당시까지는 시네마토그라프로 1~2분 남짓 세계의 풍물 등을 보여주는 기록영화가 전부였다). 그리고 애초에 상업적인 상영을 목표로 만든 최초의 상업영화란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인류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처음으로 담아낸 최초의 SF영화란 점이다. 당시로선 밝혀진 과학적 사실이 전무했던 우주가 최초의 극영화의 소재가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지만 오히려 미지의 존재인 우주가 이야기가 있는 영화로 만들기 가장 좋은 소재였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 영화를 시초로 인류는 우주에 항한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꿈을 스크린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우주에 대한 두려움이 표현된 영화 



<달세계 여행>이 우주 영화의 스타트를 끊긴 했지만 기술적인 한계상 1940년대까지 주목할 만한 우주 영화는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연이은 두 세계대전 때문에 염세주의적인 패러다임이 영화계에도 퍼져 독일의 프리츠 랑이 감독한 <메트로폴리스(1927년)>를 비롯해 대부분의 SF 영화들은 디스토피아로 묘사된 미래의 지구를 그릴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우주가 다시금 스크린에 등장한 것은 1950년대다.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이즈음 스크린에 등장한 우주는 50년 전과는 달리 호기심의 대상이라기보단 두려움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계속된 전쟁과 원자폭탄 투하, 곧 이어진 냉전시대는 낯선 존재에 대한 불안과 경계심을 야기시켰고 이것은 고스란히 스크린에 반영되었다.


1953년 제작된 조지 팔 감독의 <우주전쟁>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에 사는 화성인들이 월등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지구를 침공한다는 이야기의 이 영화는 당시 사람들의 외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거대한 것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웅변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한 문어처럼 생긴 화성인들의 그로테스크한 외모, 그들이 타고 온 원반형 우주선 등은 <미지와의 조우> <인디펜던스 데이> <브이>를 비롯한 수많은 SF영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200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했을 정도로 SF영화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돈 시겔 감독의 <신체강탈자의 습격(1956년)>, 프레드 M. 윌콕스 감독의 <금지된 혹성(1956년)>, 찰톤 헤스턴 주연의 <혹성탈출(1968년)> 등이 이 당시 우주로부터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들 역시 이후에 니콜 키드만 주연의 <인베이젼(2007년)>,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2001년)>로 리메이크되었다.


우주를 탐험과 개척의 공간으로 그린 영화


그러나 영화가 우주를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표현하는 시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이 역시 시대상의 변화와 맞물리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한 우주개발경쟁은 고스란히 영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하고 1969년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착륙에 성공하는 이 시기 영화는 현실보다 훨씬 더 멀리 우주로 향한 탐험을 시작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1968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디스커버리호는 이미 목성을 향해 비행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 이상 영화에서 우주는 지구를 침략하는 미지의 존재들이 득실거리는 위험한 곳이 아니라 자원을 얻고, 새로운 삶을 펼치고, 인류의 근원을 탐구할 수 있는 탐험과 개척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지구 내부에서의 오랜 전쟁을 마치고 이제 우주로 눈을 돌린 실제의 우주관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이후 계속된, 아니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강대국 간의 우주개발경쟁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1977년)> 수없이 많은 시리즈가 나온 <스타트랙(1979)> 등 지금도 수많은 마니아들을 갖고 있는 걸작을 탄생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우주에 대한 순수한 동경, 그리고 뜨거운 도전


1980년대에 접어들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실제의 ‘스타워즈’를 반영이라도 하듯 우주를 전투의 공간으로 묘사하는 영화가 많이 등장한다. 인간이나, 인간형 외계인과 싸우는 것은 물론 철판도 녹여버리는 산성피를 흘리고 사람의 몸을 숙주삼아 새끼를 낳는 우주괴생물체와 싸우는 <에이리언(1979)>가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도 수많은 액션, 호러 영화들에서 지옥의 막장에서 소환된 듯한 외모의 끔찍한 우주괴물들이 탄생했고, 심지어 생명체가 아닌 거대한 운석까지 지구인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관객들은 슈퍼 영웅들이 괴물들을 무지막지하게 처단하고 자기 목숨까지 버리며 지구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내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우주활극을 펼치는 듯한 대리만족에 빠지곤 했으니. 하지만 우주가 항상 이런 피 튀기는 전장으로 묘사된 것만 아니다.


우주를 향한 비행사들의 열정과 고민을 세밀하게 묘사한 톰 행크스 주연의 <아폴로 13호(1995년)>, 평생을 두고 간직한 우주비행의 꿈을 노년이 되어 이루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스페이스 카우보이(2000)>, 조디 포스터가 우주와의 감동적인 교신을 이루는 여인으로 열연한 <콘택트(1997년)> 등은 이전의 영화는 달리 우주를 왜곡되지 않고 순수하게 그려낸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실존 우주파일럿 척 예거를 등장시킨 <필사의 도전(1983년)>, NASA와 톰 행크스가 힘을 합쳐 만든 달 탐사 TV시리즈인 <지구에서 달까지(2000년)> 등 우주비행사에 지원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사실적인 정보가 가득한 영화도 찾아 볼 수 있다.


비단 영화에서뿐이랴. 우주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얼마전 실패를 한 나로호 발사 프로젝트에서도 볼수 있듯이 간절하고 끈질기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미국과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주로 그 염원을 쏘아보낼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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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지루박멸탐구생활 우쓰라(http://woosr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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